▲청춘희년운동본부 국회 앞 기자회견
청춘희년운동본부
'가난'을 증명할 수밖에 없는 사회희망두배청년통장은 경제적 기반이 어려운 청년들의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여 올해 5월부터 실행되었다. 한씨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이 이 정책을 제안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연령층보다 청년층의 상담률이 저조했으며, 청년을 위한 적절한 지원이 행해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그 결과 그는 노력을 해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 2007년 3월부터 시행되어 온 희망플러스통장 정책을 청년들에게 적용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게 되었다.
"미국이나 영국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서울시의 희망플러스통장, 중앙정부의 희망키움통장 등이 이미 있었고요. 이미 있는 정책들이 있어서 제도 설계하는 게 쉬웠어요."행정적 절차를 거치면서 지원을 받는 대상과 지원 기간이 처음 기획했던 바와 달라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처음 희망두배청년통장 정책을 추진할 당시, 저소득층 근로청년이면 누구나 이 정책의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서 다른 기준들은 설정하지 않고 소득기준만을 자격조건으로 둘 계획이었다. 지원기간은 최장 6개월에서 최단 1개월의 단기 프로그램으로,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저축금액만큼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1대 1 매칭으로 지원을 받도록 계획했다.
하지만 행정을 집행하는 서울시는 저축기간이 짧아지면 쌓이는 금액도 적어지므로 기간을 장기간으로 늘려야 하며, 기초수급대상자는 1대 1 매칭, 차상위계층은 1대 0.5매칭(저축금액의 반액을 근로장려금으로 지급)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입장이었다.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엔 서울시가 주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하게 되었다.
"어쨌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끼니까 그렇게 정책을 설계 하게 됐어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더 많이 주면 정책을 집행하기도 수월해지고 또, 그들 입장에서도 명분이 생기고 취약계층에게 명분이 생기니까 이렇게 진행이 된 것 같아요."한씨에게 서울시와의 입장 차이는 단순히 예산 부족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문제로 느껴졌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은 저소득층 근로청년의 자립을 돕는 취지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이 정책에 대해 한씨는 "경제적 기반이 불안정한 모든 청년들이 가난을 증명하지 않고도 국가의 정책적인 해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예컨대,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으려면 자신의 가정이 곤란하다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신의 가난함을 경쟁하고 증명하고 있는 실상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청년이 이 정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기에는 예산도 많이 들어가고, 정책 집행에 있어 다양한 행정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가난한 청년들에게 가난함을 증명하게 하는 것이 유쾌하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갈 발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서울시의 입장을 수용해 정책을 집행하게 되었습니다."희망두배청년통장을 만들고 정책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 그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다. 근로 청년들이 아닌 장기 구직자 청년들에게는 아쉬운 조건이다. 의지가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면 서러운 상황이 아닌가?
이에 한씨는 완전 퍼주기 식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아서 장기 구직자 청년들에 대한 혜택이 배제되었고, 이번에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서 장기 구직자 청년들에게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득 자체가 높아져야 하는 거죠. 최저 임금, 생활 임금이 되면 그런 통장은 없어도 되죠. 지금 그게 안 되니까 뭐라도 해야 되는 심정으로 만들어 내는 거죠. 전면적으로 확대가 되어서 청년 수당이나, 이런 걸로 바뀐다고 하면,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행정 비용들이나 갈등도 줄어들게 되니까 훨씬 더 효율성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청년의 실패도 안을 수 있는 '사람중심 패러다임' 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