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준비침상의 이불과 환자복을 정리해 두고 퇴원 수속을 마쳤다.
강상오
2014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드디어 지옥같던 2박 3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제야의 종소리도 듣지 못했고 새해 일출도 보지 못했지만, 2박 3일간 혼자 외로운 사투를 벌이던 병실의 창문 밖에서 불어 들어오는 기분좋은 겨울 바람이 새해가 밝았음을 알려 주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도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기운이 없어 멍하니 앉아 있는데 병실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기 넘어로 '핵의학과'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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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많으셨고 퇴원 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휴일이라 퇴원 수속을 하려면 본관 지하1층 응급실옆에 있는 수납 창구로 가서 수납 하시고 퇴원 수속 밟으세요."퇴원해도 된다는 전화였다. 얼마나 반갑던지 환자복을 입은 채로 지하로 뛰어 내려갔다. 병원비 정산을 하고 병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여전히 속은 울렁거리고 더부룩했지만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기뻐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새해 첫날 이렇게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안좋았던 기억들을 지난 해와 함께 말끔히 털어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2014년 내 새해 소망인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설레었다.
2박 3일만에 퇴원을 하지만 내 몸에서 방사능이 모두 배출된 것은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가족들과 며칠간은 대면하지 않고 지내야 한다. 여전히 땀이나 분비물에 방사능이 배출되기 때문에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면 깨끗히 청소를 하고 나와야 하고, 소변을 볼 때도 혹시라도 주변으로 튈지 몰라 앉아서 봐야한다. 갈아 입은 옷도 다른 가족들의 옷과 함께 빨아서도 안되고 식기류 역시 함께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나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더 위험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고 나면 집이 아니라 방사성 요오드 치료자들을 받아주는 요양병원을 찾아서 다시 입원하기도 한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라면 부부관계도 6개월간은 임신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방사능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율이 높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아직 미혼에 아이도 없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며칠간 방에서만 생활하기로 하고 집으로 갔다.
'맛없는 파닭'에서 감동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