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후 첫 식사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려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강상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부터는 냉동실에 있는 얼음으로 침샘에 찜질을 해줘야 한다. 가져온 사탕과 껌을 먹으면서 침 분비가 쉬지 않도록 해야 침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평소 사탕을 좋아하는 사람도 3일동안 계속해서 먹으면 입에 단내가 나서 못 먹을 거다. 나는 사탕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계속 먹고 있으니 안 그래도 소화 불량으로 속이 더부룩한데 더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입원하기 전 나보다 먼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본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면서 노하우를 배웠다. 사탕을 많이 먹어 힘들다는 사람들이 사탕 대신 과일을 먹었단다. 새콤한 과일을 먹으면서 침이 계속 나오도록 했다는거다. 아무래도 과일이 사탕보다는 당분 섭취가 적고 수분도 많아 덜 질린다. 그 글을 보고 나 역시 귤을 비롯한 다른 과일도 준비해 갔는데 계속된 울렁거림과 소화 불량으로 과일도 먹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그보다 더 힘든 건 계속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생수 2L 2병과 이온음료 1.5L 2병을 퇴원하기 전까지 다 마셔야 한다. 3일에 7L면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첫째 날 저녁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3일째 날 아침에 퇴원을 하니 입원 시간으로는 하루 반나절 정도다. 그 안에 물 7L를 다 마시는 거다. 물을 많이 마시면 몸에 좋다고들 알고 있지만,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온 음료도 함께 가져가는 이유는 맹물을 계속 마시면 물 비린내가 나 구토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온 음료를 마시면 조금 진정이 된다. 물을 이렇게 많이 마시는 이유는 소변을 통해 몸에 들어온 방사능을 빨리 배출하기 위해서다. 물을 많이 마셔야 소변을 자주 볼 수 있고 소변을 자주 봐야 몸에 들어온 방사능이 빨리 빠져 나간다. 그래야 피폭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해 입원한 2박 3일간 신지로이드 중단과 방사성 요오드 캡슐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소화불량, 구토, 변비에 시달렸다. 속이 계속 안 좋은데도 물을 억지로 계속 마셔야 한다. 그 덕에 밤이고 낮이고 1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소화가 안 되는데도 식사 시간은 계속 돌아왔다. 나는 밥 대신 죽을 먹었는데 매번 반도 먹지 못하고 내놨다. 속이 이렇게 꽉 찬 느낌인데도 배변 활동은 멈춰버렸다. 평소 너무 좋은 장 기능 덕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볼일을 잘 보는 게 자랑인 나였는데... 약 부작용으로 변비약을 먹어도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이 또한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변비 심한 사람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밤에 잠을 못 자고 많은 부작용에 시달렸더니 결국 이틀째 되는 날 몸살까지 걸렸다. 병실에 틀어놓은 TV에서는 아이돌 그룹이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 시간쯤이면 몇몇 사람들은 제야의 종소리를 듣겠다고 신나게 용두산 공원으로 향하고 있을 테다. 하지만 나는 불편한 속을 붙잡고 종일 호박죽 한 그릇과 생수로 버티며 아무도 없는 독방에 갇혀 집에 갈 시간만 손꼽아 세고 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공유하기
한 해 마지막 날, 독방에 갇혀 죽과 생수로 버티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