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색을 칠하고 있는 중국 아이들
김희선
그 날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상태가 엉망이었다. 출근시간이 조금 늦어져 서둘러 학교로 들어서는데 교장실 창문에서 누가 우리를 향해 손을 크게 휘저었다. 아뿔싸, 교장 선생님이다. 지각 현장을 포착 당한 현행범이 된 것이다. 뜨끔한 마음에 괜히 오버하며 인사를 했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선생님!""응! 어서 빨리 올라와! 손님이 와 계셔!""네?"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하며 교장실로 향했다. 노크를 하니 크게 환영해 주시며 문을 활짝 연다. 지각을 했는데도 격하게 반겨주니 뭔가 이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유가 있었다. 진저우 신문 기자가 중국초등학교에서 실습하는 외국인을 취재하고 싶어 방문한 것이었다.
재수도 없지. 제대로 꾸미지도 않았는데, 하필 이런 날 인터뷰라니. 미리 언질을 하지 않은 교장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 자칫 깐깐해 보일 정도로 깔끔한 인상의 여기자였다. 명쾌한 어투로 자기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저우 지역신문 기자입니다. 한국인이 왔다고 해서 인터뷰를 하고 싶어 찾아왔어요."세상에, 나를 인터뷰하겠다고 신문사에서 찾아오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도 가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후줄근한 후드티를 걸친 게 부끄러워 몸을 배배꼬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기자는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 및 경위,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중국 교생 실습 생활은 어떤지, 중국학교는 한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차분히 물었다. 다행히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해줘 인터뷰는 무사히 마쳤다. 자연스럽게 유도해주는 느낌이 역시 기자는 다르다 싶었다.
기사에 쓰일 사진을 찍기 위해 교실로 이동했다. 곁에 있던 선생님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앞장을 선다. 쑥스러웠다. 어색한 콘셉트 사진이라니... 썩 내키진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찍어야지.
"여오메이요끈한궈라우싀이치파이쟈오더런?(한국 선생님과 같이 사진 찍고 싶은 사람?)""라우싀, 워바! 워!(선생님, 저요! 저요!)"늘 그렇듯 귀요미들은 열성적으로 손을 흔든다. 그 중 간택(?)된 몇몇 아이들과 교과서를 펴놓고 같이 공부하는 모습, 함께 웃고 떠드는 장면 등을 연출했다. 어색하게 책을 읽고, 부끄럽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야속한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진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사이 촬영은 끝이 났다.
나에게 한국인으로서의 경각심을 일깨워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