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선생님과 교장선생님. 중국에서 먹는 한국음식 또한 색다르다.
김희선
집으로 돌아가기 전, 교장 선생님이 저녁 식사를 사주시겠다고 한다. 선생님은 그 날 저녁 메뉴를 꽤 오랜 시간 고심했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음식을 제안한다. 사실 이미 중국 음식에 익숙한지라 뭐든 상관없었다. 진저우 대표 음식인 꼬치, 훠궈, 베이징 덕, 사천 요리 등등을 거론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무래도 중국에 온 지 꽤 되었으니까 한국 음식이 그립지? 한국 고깃집으로 가자!"교장 선생님은 화통하고 호탕한 성격의 여장부다. 매사에 일처리도 시원시원하다. 우리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앞장서 씩씩하게 걸음을 옮긴다. 리더십 있고 어조가 분명한 그녀의 말에 홀린 듯이 따랐다.
한국처럼 맛나진 않지만, 고향의 음식은 언제나 반갑다. 푸짐하게 차려진 진수성찬을 먹으며 선생님은 중국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당시에는 예의상 하는 이야기로 들었다. "근처 오면 연락해"하는 한국식 인사 정도로 생각한 것. 마음은 고마웠지만, 다시 전화기를 들기는 왠지 어려워 문자로 안부만 묻곤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진심이었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온 후 죄송스럽고 고맙게도 선생님이 먼저 저녁 식사 초대를 해주신 것이다. 졸업 논문으로 바빠 그간 안부를 묻지 못했다는 핑계에 선생님은 그저 사람 좋게 웃으셨다, 아직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실습, 그 마지막을 정리하며...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지막 날은 불쑥 찾아 들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았던 하루였다. 아침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건만, 실습장을 받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실습장에 적힌 날짜와 내 이름을 보니, 아쉬움과 시원함이 동시에 쑥 밀려든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양하고 깊은 추억들을 안겨준 곳이다.
"라우싀, 하오셔부더니. 비에왕지워먼(선생님, 헤어지기 아쉬워요. 우리를 잊으면 안 돼요)."어느새 사무실 앞에는 외국인 선생님을 배웅하기 위해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몇몇 아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작은 천사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