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을 잇는 와가 국경의 국기하강식. 귀여운 소녀들의 댄스파티 이후에 각 나라의 국경을 지키는 장병들의 세레모니가 시작된다.
Dustin Burnett
9개월 동안 남편과 인도·네팔·동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만 평생 살아온 여자와 미국에서만 평생 살아온 남자가 같이 여행하며 생긴 일, 또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며 겪은 일들을 풀어내려고 합니다. - 기자 말8명 정원인 봉고차에 15명을 구겨 넣는 인도 대중교통 운영방식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인도-파키스탄 국경인 와가에 가기 위해 봉고차에 구겨져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기다린 지 어언 1시간. 정원은 이미 한참을 초과했건만 만족을 모르는 봉고차 기사는 30분 후 승객 여섯 명을 더 데리고 돌아왔다. 돌아버리겠군.
터질 듯한 봉고차 안으로 사람들이 끼어들었다. 승객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서로의 몸을 조금씩 더 눌렀다. 조금 더. 조금 더. 몸이 비틀어지고 허벅지가 조여왔다. 여분의 공간이 기적적으로 만들어졌다. 5명이 차 안으로 들어왔다. 마지막 한 명은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문간에 한쪽 발을 올렸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우리가 앉은 좌석 쪽 창문으로 기사가 다가왔다. 내려서 다른 차에 타란다. 싫어. 왜 하필 우리야? 만만한 게 외국인이야? 1시간 반이나 기다렸는데? 다른 차에 타서 또 1시간을 기다리라고? 싫어!
"싫어요!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나는 화를 버럭 냈다. 좀 심했나. 기사는 알았다는 건지 고개를 건들건들 흔들더니 전능의 힘을 발휘해 마지막 승객 한 명을 기어코 차 안에 구겨 넣었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하품을 했다. 왼팔을 길게 뻗더니 내 어깨 위에 팔을 기댔다. 나의 어깨는 여자의 팔걸이가 됐다. 참자. 순대 속 구겨 넣어진 당면이 됐다 생각하자.
봉고차가 와가로 향했다. 와가로 가서 파키스탄 국경을 넘을 건 아니고. 국기하강식을 보러 가는 길이다. 동료 '순대 당면'들도 모두 국기하강식을 보기 위해 이토록 비참하게 차 안에 구겨져 있는 중이다. 국기하강식이란 말 그대로, 하루가 저물고 국경 문을 닫을 때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기를 하강하는 의식. 그게 뭐라고? 인도-파키스탄의 국기 하강식은 특별하다. 와가와 암리차르를 잇는 텅 빈 도로가 매일 국기 하강식 2시간 전만 되면 수백 대의 봉고차와 오토바이로 가득 찰 정도로.
1시간을 달렸다. 차에서 내려 인도 아저씨 두 명과 함께 걸었다. 아저씨들은 자이푸르에서 왔다고 했다. 자이푸르는 지금 꽤 덥죠? 고개를 절레절레. 생각만 해도 끔찍한가 보다. 절레절레 흔드는 아저씨의 이마 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새어나왔다. 5월의 푼자비보다 더우면 얼마나 더운 걸까. 생각하지 말자.
"외국인은 VIP 좌석에 앉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