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리차르 황금사원의 무상급식소. 나눔을 중시하는 시크교의 철학에 따라, 시크교의 총본산이 황금사원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다.
Dustin Burnett
산마을의 선선한 공기를 태우고 달리던 버스 안으로 더운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버스가 저지대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무겁고 축축해졌다. 앞좌석 손잡이를 잡은 두 손 위에 얼굴을 기댔다. 손에서 땀이 새어나왔다. 미끈한 땀이 손잡이의 녹슨 쇠를 어루만졌다. 손에서 녹슨 쇠의 찡한 냄새가 났다. 이게 무슨 냄새더라. 생각났다. 엄마 심부름을 갔다가 거스름돈 동전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손에 꼭 쥐고 집으로 갔을 때 손에서 나던, 그때 그 냄새.
다람살라에서 푼자비주로 가는 버스에는 승객이 많지 않았다. 열댓 명의 인도인들과 프랑스 가족, 그리고 더스틴과 내가 승객의 전부다. 버스의 나머지 공간은 점점 무더워지는 공기와 침묵이 묵묵히 채워나갔다. 규칙적으로 부는 더운 바람에 눈이 스르르 감기려던 차, 날카로운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버스 안 침묵을 깼다.
프랑스 꼬마 둘은 버스에 오르기 전부터 대단한 인기였다. 길고 풍성한 금발의 곱슬머리. 싱그러운 빨간 입술. 하얀 피부 위에 보석같이 박힌 파란 두 눈의 6살짜리 여자아이. 그리고 그 옆에 누나의 손을 잡고 선 네 살배기 남자아이. 버스가 출발하기 전, 인도 아저씨들은 두 꼬마를 둘러싸고 서서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핸드폰 카메라로 바삐 담아냈다. 꼬마들은 이 정도 인기몰이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팬 사인회를 연 연예인처럼 의젓하고 예의 바르게 아저씨들의 사진 촬영을 응대했다.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도 의젓했다. 날은 덥고 버스는 불편했지만, 단 한 번의 투정도, 응석도 없이 6시간의 버스 여행을 침착히 견뎌냈다. 하기야.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함께 세계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유럽 사람들이니, 이 두 꼬마가 그들보다 20년은 더 산 우리보다 훨씬 더 여행 베테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