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도 봄 햇살이 머뭅니다.
최화준
강화읍을 중심으로 강화를 동서남북으로 나눠 보면 전등사가 있는 길상면은 남쪽에 해당된다. 예전에는 강화로 들어오는 다리가 강화대교 하나밖에 없어서 남쪽인 길상면과 화도면을 가자면 읍을 거쳐 빙 둘러서 와야 했다. 그러나 초지대교가 놓이면서 강화읍을 거치지 않고 길상면으로 바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온수리는 길상면 소재지가 있는 동네다. 시골의 면소재지 동네가 으레 그렇듯 온수리 역시 면사무소를 중심으로 파출소와 농협이 있고 그 주변으로 자잘한 가게들이 길 가를 따라 늘어서 있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시골 동네들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온수리는 꽤 번성하다. 인근에 전등사가 있어서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기 때문이다.
나들길 3코스, 능묘 가는 길강화나들길 3코스 '능묘 가는 길'은 온수리 버스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총길이 16.2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길은 길상면 온수리를 출발해서 양도면 능내리 가능까지 간다. 이름에서 말하듯이 이 길에는 고려 시대 왕과 왕비의 능이 세 기나 있다. 또 무덤의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고려 시대 고분도 한 기 있다. 남한 땅에 남아있는 고려시대 왕릉 5기 중 4개가 강화도에 있고 그중 곤릉, 석릉, 그리고 가능이 나들길 3코스 구간에 모두 있다. 그래서 길 이름을 '능묘 가는 길'로 붙였나 보다.
나들길 3코스를 걷기로 했던 그 날은 봄이 오는 걸 시샘이라도 하는 양 갑자기 추워졌다. 여러 날 포근하다가 추워지니 체감온도는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이런 날은 집 안에 가만히 있는 게 상수겠지만 나들길을 걷기로 약속을 했던 터라 나갈 차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