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벡의 인형박물관뤼벡의 인형박물관
배수경
그런데 문제는 인형박물관에 들어가 그곳 직원인 60세가 조금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일어났다. 박물관 패스는 처음 들어간 박물관이 어디든 그곳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고 20유로만 주면 되는 걸로 알고 갔는데 그 할아버지는 이 박물관은 그냥 개인 박물관이라고 우겼다. 나는 이미 안내센터에서 설명을 들었고 이곳도 박물관 패스가 유효한 곳이라고 알고 있 있다고 했더니 아니란다. 그러니 박물관 패스는 여기서 사지 말고 그냥 5유로를 단독으로 내고 들어가라고 했다.
결국 '음, 그런가?'하며 이상하긴 하지만 공식적인 박물관에서 단돈 5유로를 거짓말할리 없을 거라고 믿고는 구경을 마치고 다음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찾아간 토마스 만의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그곳에 들어가서 박물관 패스를 구입하겠다고 하고는 물어보았다. '인형박물관에 다녀오는 길인데 거기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했더니 그 여자 분 말씀이 그럴 리가 없단다. '그곳은 당연히 박물관 패스가 유효한 곳이니 본인이 안내센터에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는 일단 박물관 패스를 구입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브텐부르크가의 사람들>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그 거실을 바라보면서도 배꼽 밑에서부터 울컥 울컥 화가 올라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도저히 집중되지 않아서 다시 인형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려, 마침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전화를 끊기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