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온천 휴양지 Baden Baden독일의 온천 휴양지 Baden Baden
배수경
겁에 질린 내가 걱정 어린 얼굴로 바라보니 사장님은 "만약 벗기 싫으면 탕에만 안 들어가면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물론 온천마다 시설이 다르지만, 실내에서는 대략 수영복을 입을 수 있다. 탕만 아니면 입고 다닐 수도 있고, 또 사우나 할 때는 큰 목욕 타월을 몸에 두를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 오면 몸이 좀 개운해 질 거라고 했다.
"음, 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다고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그곳에서 사면되지 뭐!"라고 생각하고는 얼른 목욕 도구들을 챙겨서 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도도 없이 처음 가는 길이라, 사장님께서 추천해 준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엔 길을 가다 어느 여자 분의 소개로 로마식 사우나로 유명한 한 곳을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부터 남달랐던 그곳에서 계산하려고 떡 하니 한 건물 안에 들어 서니, 비록 아픈 몸이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키도 크고 아주 멋진 남자들이 알몸으로 욕탕을 걸어다닌다. 으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주머니가 카운터에서 수영복을 살 수 있다고 하셨으니까, 으흠, 일단 그것 먼저 사야지"라고 생각하고, 그곳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곳은 그런 것을 팔지 않는단다. "수건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탕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다 벗어야한다"고.
"뜨악!! 아니 왜 수영복을 팔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설명을 받고 왔다고 했지만, 직원은 "각 곳마다 다 시설이나 방침이 다르다"는 기본적인 대답 뿐이었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몸이 이렇게 힘든데 그냥 수건으로 가리고 얼른 들어갔다가 오자"하고 결국 안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그곳은 에덴의 동산이었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0. 2, 0, 3의 시력을 보유하는, 게다가 난시가 심한 나 같은 이도 눈이 번쩍 번쩍 뜨일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커다란 목욕 타월을 덮고, 유유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일단 구석구석의 시스템을 살펴보니 그곳은 정말 탕은 그냥 알몸으로 들어가야 했다.
구석마다 쉬거나 잘 수 있는 간이 침대 의자들이 있었으며, 족욕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사우나 시설은 4개 정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래의 로마식 사우나 시설.
그곳에는 중간에 도르래가 있어서 한 쪽에서는 돌을 불로 달구고 있다가 뚜껑이 열리고, 도르래가 움직이면서 바로 옆에 있는 물통으로 이동하면 거기서 달구어졌던 돌에 의해 김을 발생시키는 아주 옛날 로마 시대 때나 했었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곳은 시대에 맞추어 신식 시설도 있고, 그냥 습 사우나 시설도 있었는데 내가 슬쩍 실망했던건 평일이라서인지 젊은이들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시설이야 우리나라도 그 정도 이상이 많아서 뭐 유별날 것이야 많지 않았지만, 어떻게 혼탕이라고 왔는데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