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배수경
그런데 성큼 성큼, 신중하리만큼 느린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그의 눈에는 눈물이 한 가득 고여 있었다.
가슴이 절실한 무언가로 가득할 때에야 가능한 눈물, 그것이 진심이라는 걸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낯선 타인의 얼굴 앞에서, 이유를 모른 채 나는 얼어붙은 듯 꼼짝 없이 서 있었다.
순간, 그가 독일어로 무언가의 말들을 건네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국의 언어로 이어진 짧은 문장들이, 그렇게 잠시 동안 차가운 공기들 사이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A 와 Z, ㄱ과 ㄴ 으로 통역되지 않는 언어들, 그러나 깊은 바다의 물결처럼 너울거리듯 가슴을 향해 걸어 들어와 햇살처럼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늠되고 이해되는 언어들이….
그랬다. 그가 성당 안의 내 울음을 본 것이었다. 그리고는 기도하는 나를 차마 방해 할 수가 없어, 본인의 기도를 마치고서도 내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한참 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을 앞질러 살아 온 자가 그 길을 뒤이어 가는 이에게 "지금의 그 고통이 무엇이건 잘 이겨내기를, 그리고 생의 모든 것이 제 갈 길 대로 갈 것이니 그렇게 무너지도록 아파하지 말기를"하고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싶었을 게다. 나는 물리적인 언어가 아니라 그 순간의 그의 얼굴로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