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 처음엔 저도 외로웠고, 지금도 가끔 불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주변에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남들 보다 더 좋은 스펙을 쌓고, 더 벌고, 더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 연대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게 지내니 불안하지 않다."
이희훈
이정씨는 2004년 2월 남한산초를 졸업한 뒤 대안학교인 성남의 이우학교에 들어갔다. 이우학교는 현재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그는 "중고등학교 중에서도 남한산초와 비슷한 학교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씨는 여러 이유로 방황했다. 이른바 비행청소년이었다.
그는 선생님한테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어 수업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겠다"고 했다. "다른 학교였으면 선생님한테 맞았을 텐데, 학교 선생님은 '좋은 점수를 보장해줄 수 없지만, 그렇게 하라'고 했다"면서 "학교는 저 같은 아이들을 거치적거린다며 내치지 않았고 오히려 품어줬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 2010년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했을 것 같다. "고2 때까지 부모님은 대학 진학에 대한 얘기를 안 했다. 고3 때 대학 진학을 권유했다. '대학을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해보고, 대학을 다닐지 안 다닐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하러 수백만 원의 학비를 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학이 필요하다면, 내가 원할 때 가고 싶었다. 결국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네 삶의 흐름을 네가 가꿔보라'라고 하셨다."
이정씨는 이후 1년간 자연에서의 삶을 경험하기 위해 강원도 영월·철원군에서 보냈다. 시골에서 물고기를 잡은 뒤 내다팔아 생활비를 벌었고, 서울에서 단편영화를 찍거나 퍼포먼스 배우를 하면서 지내기도 했다. 2012년 서울에서 마을 만들기에 나선 청년들을 만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2013년 봄 다시 강원도 영월군으로 내려갔다. 지역 주민, 귀농한 사람들과 함께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폐교를 활용해 마을 미술관·사랑방·공방 등을 꾸렸다. 2014년에는 강화도에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했다. 청년기획자네트워크에 참여해 게스트 하우스를 짓고, 상인들과 함께 젬베를 배우고 간판을 만드는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나섰다. 특히 축제와 옥상캠핑장 만들기에 참여했다."
- 보통 사람들 눈에는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삶의 궤적을 좇는 게 안정적인 삶인지 반문하고 싶다. 대학 4년을 다니면서 수천만 원의 학비를 내고 어렵게 취업한다. 좋은 직장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일에 얽매여 자기 시간을 쓰지 못하고 산다. 결혼식, 사교육에 많은 돈을 들이고 서울에 집을 사기 위해 평생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 그렇다면, 이정씨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나?"행복하다. 처음엔 저도 외로웠고, 지금도 가끔 불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주변에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남들보다 더 좋은 스펙을 쌓고, 더 벌고, 더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 연대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니 불안하지 않다."
- 혁신학교의 경험이 이런 삶을 사는 데 영향을 미쳤나."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처음엔 혁신학교에서 말하는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가치가 미웠다. 사람들이 왜 나한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우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혁신학교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많이 망가졌을 것 같다. 특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힘들었을 것 같다."
* 오마이뉴스 창간 15주년 기획 : 행복한 학교 [①-2 남한산초] 무허가 사설 강습소, 혁신학교의 시작이었다 [② 선사고] 졸업식장에 조폭이...학교가 '완전' 뒤집어졌다 [③ 조현초] 산만한 학생에게 "약 먹이세요"... 서울과 이곳 학교는 달랐다[④ 부명초] 위장전입까지 하며 기피하던 학교, 그 놀라운 변신 [⑤ 삼각산고] '잡스런 빵' 없앴더니, 학교에 '롯데월드' 생겼다 [⑥ 동화중] 욕하며 대들어 뼈가 녹을 정도.. 이런 학교가 변했다, 행복하게 [⑦ 오산혁신교육지구] 일진 학생들에게 토론을 가르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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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 가고 하고 싶은 일 하니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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