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선 부산경찰청장(오른쪽)이 지난달 3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 및 현장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정상회의 장소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그런 권 청장에게 경찰청이 한 일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엄중경고'입니다. 근데 이게 말이 거창해 엄중경고이지 공식 징계도 아닌 그저 상급자의 따끔한 말 한 마디 같은 겁니다. 여론이 좋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거지요.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마저도 그저 그런 제식구 감싸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면 경찰의 징계는 어깨에 붙은 계급장 무게와는 반비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거든요. 어쩌면 이 사례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2월 경기도에서는 인사에 불만을 품은 경찰관이 상관에게 욕설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경위 계급인 경찰관이 부서 이동에 불만을 품고 경정 계급인 경찰관과 말다툼을 벌였던 거였죠. 이 일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사건이 벌어졌던 일산경찰서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욕설을 한 경위를 해임했습니다. 뒤늦게 해당 경찰관이 선처를 구했지만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상명하복이 핵심인 제복 공무원 사회에서 하극상은 큰 잘못입니다. 하지만 해임과 단순 경고의 차이를 불러올 만큼의 잘못인지에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반복된 욕설로 '욕쟁이 청장'이란 비아냥까지 듣고있는 권 청장에게 한 구두경고에 비해 꽤 과감한 결정이었던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비슷한 일은 공교롭게도 권 청장의 전임자였던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때도 일어났습니다. 이 전 청장이 집무실에서 500만 원과 그림을 건네받았고, 그것이 관련 법률을 어겼다는 것까지 드러났지만 경찰청의 징계는 무디기만 했습니다. 이 청장은 사과로 일을 마무리했고 퇴임 때까지 무사히 부산 경찰의 수장을 맡았습니다. (관련기사:
청장이 돈 받으면 관행? 이해 못 할 부산경찰청).
경찰청이 이런 자신들의 잣대가 정확하다고 믿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잣대도 그럴 거란 착각을 해선 곤란할 것 같습니다. 부디 경찰청이 욕쟁이 청장을 벌주는 것보다 시민에게 욕 먹는 걸 편하다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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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선 부산경찰청장 '욕설' 사과... 그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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