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5부 요인, 정관계,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의례가 끝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십상시 모임'이나 '정윤회-박지만 암투설'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검찰 수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풍문을 토대로 '찌라시'를 만들어 외부로 유출한 중대한 공직기강 문란에 해당한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청와대는 '찌라시'의 생산 및 유통의 몸통이 되는 셈이다.
특히 이런 '찌라시'의 작성 배경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상징되는 청와대 내부 권력 다툼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고 봐야 한다. 또 직접 소통보다는 '문고리 3인방'에 의존하는 박 대통령의 불통의 통치 스타일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개인적 일탈 및 언론 탓으로 몰아가면서 내부 성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을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했고 검찰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났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번 문건 파문 과정에서 청와대 파견경찰 및 문화체육부 인사개입 의혹 등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산 '문고리 3인방'은 검찰 수사 이후 오히려 더 큰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윤회 문건'을 보고받고도 방치했고 또 문건 유출의 최종 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은 오히려 청와대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고 엄포를 놨다. 김 실장은 지난 2일 청와대 비서실 시무식에서 "불충한 일들로 대통령과 국민에게 걱정을 끼쳤다"라며 "다른 마음을 품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세계일보>에 따르면 검찰 수사결과 박지만 EG그룹 회장에게 건너간 대통령기록물 17건 중 일부가 김 실장의 허락 또는 묵인 하에 전달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의도적인 거짓 해명에 사과 없는 청와대이번 파문 중에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고 청와대가 한 오락가락 해명과 거짓말도 문제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응천 전 비서관을 위시한 '7인 모임'이 존재하고 이들을 정윤회 문건 작성과 유출의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이들에게서 별다른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에 등장하는 '십상시 모임'에 '물타기용'으로 '7인 모임'을 언론에 흘린 것에 대해서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이후 처음에는 "감찰 사실 없다"라고 했다가 "보도된 문건과 청와대 문건은 다르다"고 했다. 결국 검찰에 유출자를 밝혀 달라며 수사를 의뢰하면서는 "보도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해명은 없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청와대에 있었던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이 이전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사람들인 양 "다행이다"라는 안이한 인식만 내비치고 있다. 이제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청와대의 쇄신과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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