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담뱃세 포함) 인상안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9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 담배 판매대가 고객에게 담배 판매 후 새로 채워넣을 담배량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품목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정부 입장에서는 서민들에게 푼돈을 받는 것보다 부자들에게 목돈을 받는 게 더 효율적일 텐데 서민 증세를 굳이 하는 이유가 뭘까? "감세 정책처럼 세금을 깎아주는 건 쉬워도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면 누구든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럴 때 숫자는 작아도 부자 집단의 반발은 엄청 거세다. 반면 담뱃세 같은 간접세는 납세자가 세금을 직접 내기보다 소비나 거래를 통해 자동으로 낼 수밖에 없는 세금이다.
기분이 나빠도 담배를 끊기 전엔 낼 수밖에 없는 세금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민들은 숫자가 훨씬 많아도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가진 자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 이해관계에 반하지 않으면서, 조세 저항이 약한 간접세를 인상하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 미국 같은 경우 부자 감세 정책에 대해 부자들이 먼저 반대했다고 하던데."미국의 경우 흔히 말하는 가진 자들의 책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 인식이 상당히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회와 경제 구조 전체의 불평등이 심각해져 그 사회를 지속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가진 자들의 책무'라는 전통이 확립되지 않는 상태에서 '돈만 벌면 최고'라는 천민자본주의가 만연해 있다. 그러다 보니 워런 버핏이 주장하는 '근로소득이 아닌 자본소득에 과세해서 세금을 더 걷게 하자'는 제안을 한국에서 하자는 사람이 없다. 재벌 대기업이 응당 내야 할 세금도 내지 않고, 법인세율이 외국과 비교해 절대 높지 않은데도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문가와 언론을 동원해 정부를 압박하고, 대중의 착각을 유도하고 있다."
-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 경제가 악화된다는 우려도 있다."조작된 거짓말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OECD 34개국 가운데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평균보다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그나마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나라들은 체코나 핀란드 같은 과거 공산권 국가거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처럼 도시 국가 수준으로 내수 규모가 충분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는 법인세율을 낮춰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할 이유가 있다. 거의 조세도피처에 가까운 나라다. 이런 나라와 우리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일정한 인구 규모를 가진 나라 중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는 거의 없다. 이건 명목 세율을 말한 거고, 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금 부담율을 실효세율이라고 하는데 실효세율을 비교하면 다른 나라보다 더 낮아진다.
기득권 언론에서 법인세율을 높이면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를 보면 그렇지 않다. 실제로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과 북유럽의 복지국가로 불리는 핀란드와 스웨덴 등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나라들은 법인세율도 훨씬 높다. 그런 나라들이 법인세가 높아서 기업들이 기업 활동을 못해 나라가 망하나?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재벌 대기업일수록 법인세 부담이 더 낮아진다. 보통의 경우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은 게 정상이다. 한국은 법인세율이 법인 과표 소득 천억 원까지만 세율이 높아진다. 그 구간을 지나면 실효세율이 오히려 낮아진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대략 10%대 초반의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못 간다. 국내에서 15% 이내의 실효 법인세율을 적용 받다가 당장 미국으로 가면 30% 이상의 법인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생산 기지를 동남아나 중국 등에 설립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본사는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없다.
기득권 언론에서 또 이들 회사의 노조를 강성 노조라고 하는데 한국처럼 노조 위상이 약한 나라가 어디 있나. 또 한국처럼 재벌 총수들이 탈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나라가 또 어디 있나. 미국의 '엔론'은 2002년 기업 순위 7위의 대기업이었지만 회계부정 사건이 드러나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고, 회계부정을 주도했던 제프리 스킬링 회장은 감형 없이 100년이 넘는 형을 받았다. 만약 삼성 특검에서 드러났던 정도의 불법 행위가 똑같이 미국에서 드러났다면 아마 감형 없이 천 년 형쯤 받았을 것이다."
국민 납득할 수 있는 과세 구조 먼저 제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