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광
- 최근 카카오톡에서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카카오톡은 국민들의 소통과 문화생활에 크게 기여하던 국산 프로그램인데, 정부의 시책 때문에 활동이 축소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는데, 창조경제에 역행하는 시책이라고 생각됩니다."
-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요?"있을 수가 없죠. 왜냐면 외국의 경우에는 명예훼손 형사처벌이 폐지되거나 사문화되어, 명예훼손 때문에 자기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거라는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이 안전하죠. 이번에 사태가 크게 번진 이유는, 만약 검찰이 연쇄살인전담반, 뇌물전담반, 아동성폭력 전담반을 만들어서 카카오톡도 선제적으로 감시하겠다고 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자기 삶과는 멀거든요.
그러나 명예훼손은 누구나 말 한마디로 저지를 수 있는 것이고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글만 보고 허위를 알 수 있는 사안'들을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사안이 얼마나 되겠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 '박경신은 논문표절을 했다'고 하면 검찰이 그걸 보고 '저건 허위'라고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나요? 제가 고소고발을 해야 할 수 있죠. 근데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건 결국 천안함, 4대강, 광우병, 세월호 등등 국가가 '공인'한 진실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 명예훼손 수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요. 그런데 그런 사안들에 대해서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관련된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거죠."
- 외국에는 명예훼손죄가 없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를 두니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은 거예요. 역기능이 뭐냐면, 권력을 잡은 사람이 검찰을 동원해서 자신의 정적들과 비판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데 남용을 너무 쉽게 하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민주주의가 깨지는 역기능이 서민들의 명예를 보호하는 순기능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해서 UN인권위원회를 비롯해서 국제 인권위원회들이 계속해서 폐지 권고를 해왔습니다."
- 카카오톡 측은 "대화내용 저장은 3~6일 동안 되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은 법률적·기술적으로 모두 불가능하고, 영장이 있더라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화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기술적 설비를 만들어놓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다음카카오의 해명은 진실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 업체에서 감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 수준에서 패킷감청을 하면 카카오톡에 이런 설비가 없어도 실시간 감청이 가능합니다. 통신사엔 패킷감청 설비가 마련되어 있어요. 그러면 어떤 기기를 지나가는 모든 패킷들을 다 볼 수 있어요, 그럼 그중에 다음카카오 것만 아니라 암호화를 하지 않은 모든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 현실적으로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검열한다는 건 불가능 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불가능 하다는 건 제가 한 말이에요. 왜냐면 명예훼손이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보려면 영장이 있어야 해요. 그 영장을 받으려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는 영장을 받을 수가 없잖아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상황이 되어버려서 영장을 못 받을 거고 검열 못할 거라고 말씀 드린 거예요."
- 그렇다면 카카오톡 유저 스스로 검열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 되는데요. "선제적 대응이라는 것이 정부가 공인한 사실에 대해 이뤄진다면 이런 것은 현재 대법원 판례상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무죄가 날 것에 대해 선제적 대응하겠다는 것은 실제 처벌하겠다는 것 보다는 자기검열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죠.
카카오톡 대화방에 100명이 참가하는데 친구 중의 한 명이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면 모든 사람의 대화 내용이 검열되는 위험이 있어요. 그러면 나머지 99명이 한 말도 다 볼 수 있죠. 그중에 박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했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들이 가능해지겠죠. 물론 이 같은 위험은 이번 발표 전부터 감수해왔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알게 된 대화 내용을 가지고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니 공포가 더 증폭되는 거죠."
- 용혜인씨의 경우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사람뿐만 아니라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의 개인정보까지 털렸다던데, 이건 불법 아닌가요?(관련 기사 : 경찰은 이렇게 내 카카오톡을 털었다)"그 친구들의 카카오톡 방을 보려면 영장이 새로 필요해서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고, 친구들의 신상정보를 받는 것은 '압수수색'이 아니라 '통신자료 제공'이라 또 다른 문제인데요. 현재 영장 없이 하고 있어요. 법이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오픈넷에서 헌법소원을 할 겁니다. 현재 불법은 아닙니다."
"국민들, 위축되지 않고 하고 싶은 말 계속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