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해양경찰청 제공
1993년 10월, 전북 위도 파장금항에서 격포항으로 가던 110톤급 서해훼리호가 임수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악천후 속에서 무리한 운항을 감행하다 돌풍을 만났고, 선장은 회항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원을 훨씬 초과한 이 배는 회항을 시도하자마자 복원력을 상실하였고, 이내 침몰하고 말았다. 221명이 정원인 배에 362명을 태웠고 그 바람에 무게중심이 급격히 한쪽으로 기운 것이다. 이 사고로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해훼리호가 과승을 하고 무리하게 출항하게 된 배경에는 낙도 보조항로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적고, 그나마도 줄어든 데 있었다. 5개월 전 정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국가보조금을 줄였다. 주민들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위도―격포항 노선을 증선해 달라고 했지만, 당시 정부는 적자항로라는 이유를 앞세워 이를 무시했다.
20년마다 반복되는 연안여객선 대형참사에서 배가 침몰한 원인은 '과적과 과승', '배의 복원력 상실'이었다. 정부는 서해 훼리호 사건을 계기로 여객선안전규제를 정비한다. 연안 여객선 안전관리업무를 해운항만청에서 해양경찰청으로 이관하고, 화물의 적재상태와 과승을 감시할 운항관리자를 90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20여년 뒤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또 다시 침몰했다. 60여년 전과 이유는 같다. 과적과 복원력 상실로 침몰했다.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안전 규제 반드시 필요해양사고는 발발하면 곧바로 대형재난으로 이어진다. 바다 위라는 공간의 특성상 구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양사고는 배를 침몰시킬지도 모르는 요인을 사전에 제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백 명, 수천 명의 승객을 태우는 여객선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더 강조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과적과 과승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배의 복원력을 위협하는 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묵과하고 허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지만, 앞서 세 차례의 해양재난사고는 연안여객산업에 운항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고 이전에는 과적과 과승을 규제할 수단이 미비했고, 정부는 이 문제를 연안 해운 선사 사업주의 양심에 맡겼다. 선박안전문제만큼은 사업주의 양심에 맡길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 자그마치 40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이마저도 한순간 역전되고 말았다. '재정적자'이니 '비용절감'이니 이런 말들이 돌더니, 얼마 있지도 않은 안전규제를 정부가 도리어 완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까지는 규제가 없거나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은 달랐다. 도리어 규제를 풀어준 게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규제는 정부가 완화하고, 돈은 기업주가 벌고서해훼리호 참사 이후 운항관리업무가 안착되나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시사저널>, 1284호,'해수부, 세월호 운항관리 소홀 드러났다'). 참사가 잊히기 시작한 1996년부터 정부는 운항관리자 유지를 위한 정부보조금을 줄였다. 2005년~2010년까지 6년 동안에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2011년 정부보조금이 다시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여객운임수수료 부과율을 5%→4%→3.5%→3.2%로 낮췄다. 운항관리업무를 지탱하는 재원이 정부보조금과 여객운임수수료인데, 후자를 줄인 것이다. 여객운임수수료 부과율을 낮추면 선사들은 수입이 늘어난다. 운항관리자 유지를 위한 정부보조금을 가지고 정부가 해운회사의 이윤을 늘려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2008년 11월 '여객선 안전관리지침'을 전면개정하면서 운항관리자에 대한 해경의 교육마저도 포기한다. 연안해운선사들의 이익집단인 해운조합에 운항관리업무를 민간위탁한 것도 문제인데, 교육마저 일임한 것이다. 과적과 과승을 단속해야 할 운항관리업무는 이렇게 유명무실화되었다.
선박운항연령을 완화하면 새 배를 건조해 운영하는 것보다 중고여객선을 수입해 고쳐 쓰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훨씬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고선박을 고쳐 쓸 때는 안전성보다 수익성이 우선시 된다.
실제로 2009년 1월 이후 선령제한이 30년으로 완화되자, 중고수입선박 중 15년 이상 된 배가 29.4%→63.2%로 급격히 늘어났다(주영순 의원실). 그리고 2014년 현재, 중고 수입 여객선의 52.8%가 다양한 방식으로 개조되어 있다(김춘진 의원실).
뿐만 아니었다. 정부는 2011년 반기에 한 번씩 하는 노후여객선 특별점검대상 선박도 선령 15년에서 20년으로 완화했다. 이 모든 것이 '200억 절감'을 위해 선령규제를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난 뒤의 일이다.
과적·과승에 대한 선사와 선주의 책임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