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윤
부르르.
바지 앞주머니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보름 정도 제주도 출장을 갔던 남편이다. 김포공항이라며, 내일 캠핑갈 수 있냐고 물어온다. 너무 급작스럽고 기분도 꿀꿀해 힘들다 하니,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아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병원에 도착해 진료시간을 기다리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음 주와 다다음 주 토요일 일정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내일 못가면 다음 달인데, 병원 오는 길에 봤던 초록빛의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내일 가자고.
토요일 아침. 냉장고에 있던 야채, 김치, 냉동만두 등을 아이스박스에 쓸어 담고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햇살과 조금 열린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