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보건대학원이 대기오염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차량2부제를 통해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2013년 12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보건대학원이 대기오염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1천여 명의 성인남녀 응답자의 82.5%가 차량부제를 도입해서 대기오염을 막자는 의견에 찬성했다. 지난 3월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8%가 대기오염문제 해결 위한 차량부제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3월 17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필자는 한 국제뉴스를 보고 졸린 눈을 번쩍 떴다. '베이징만큼 숨이 막힌다, 파리 차량 격일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프랑스 파리 지역에서 5일간 스모그 발생이 계속되자 당국이 전격적으로 차량2부제를 실시했다. 당시 파리의 대기오염도는 지난 2월 말 서울스모그 주의보 때보다 낮은 것이었다.
차량통제 방침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며 파리시민 64%가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프랑스 당국은 '시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하다'며 차량과 오염배출원을 강력히 통제했다. 파리 전역에서 3천여 대의 위반 차량을 적발해 운전자에게 22유로(3만1천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차량2부제로 파리의 대기오염도가 크게 줄어들어 하루 만에 스모그가 사라졌다.
스모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국내 여론은 못들은 척하며 중국 탓만 하던 정부가 파리의 차량2부제 실시 소식을 접한 후 태도를 바꾸어 긴급대책을 내놨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국민보건 중점 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봤는데 실효를 거두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부의 긴급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건강피해가 큰 초미세먼지(PM2.5)를 중심으로 대기오염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차량2부제 실시 조건을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단계부터 해야 한다.
지난 2월 일주일간 계속됐던 끔찍한 스모그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긴급조치를 2015년 1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스모그문제는 12월부터 시작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넘기려는 공무원 특유의 탁상행정과 행정편의주의가 읽히는 대목이다.
대기오염 개선? 디젤택시 허용 방침 입장부터 밝혀야환경부는 친환경자동차를 보급하고 공해차량 제한 지역을 설정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디젤택시 허용 방침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않고 있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초미세먼지는 차량이나 공장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생성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이 햇빛과 반응하여 생성되는 2차 생성이 있는데 2차 생성량이 조금 더 많다.
LPG택시에 비해 초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고, 수십 배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배출하여 초미세먼지 2차 생성문제를 일으키는 디젤택시 허용 정책을 철회해야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에선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학교휴업과 차량2부제를 검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디젤택시를 허용하는 것은 분명 이율배반적인 엇박자 정책이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환경부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는 대통령이 강조하는 과도한 규제완화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규제를 대폭 줄이라는 특명이 떨어진 마당에 스모그 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니 여기저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문제는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분명히 밝혀 관련 공무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올해 봄을 '뿌연 봄'이라고 했다.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서울의 경우, 올해 3월과 4월 52일간 봄 날씨와 대기상태를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가 나왔다. 시정거리 5km 이하인 날이 작년에는 하루도 없었는데 올해는 18일이나 됐다. 연무현상도 작년에 비해 12일이나 많고 미세먼지 '약간 나쁨' 상태도 8일이나 많다.
작년보다 비가 적게 왔고 대기정체가 길게 이어졌으며 중국의 미세먼지가 많이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환경부 산하 기상청의 설명은 '약한 스모그'라고 할 수 있는 대기오염 공해의 원인을 또다시 하늘 탓, 중국 탓으로 돌리는 태도다.
디젤차량의 신규 허용 제한 및 도심 차량 진입 시 혼잡세 부과, 차량 10부제 등을 일상적인 대기오염 정책으로 실시하다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과 같은 스모그 상황이 발생하면 차량 2부제와 산업시설 배출통제와 같은 보다 강력한 긴급대책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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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라고 문제제기하고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환경문제 해결의 기준인 '오염자부담원칙'과 '사전예방원칙'을 기조로 특히 피해자운동을 강조합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건강의 눈으로 환경문제를 보는 사회, 공해산업을 이웃에 떠넘기지 않는 건강한 아시아 시민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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