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 중인 한 중국여성, 준공업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4월3일 촬영.
양장일
미국대사관은 작년부터 베이징스모그에 대해 자체 조사한 미세먼지 농도를 미국인들에게 공개하였는데, 이는 베이징시가 발표한 농도보다도 높은 것이었다. 일본대사관은 마치 동물실험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언급하여 중국과 긴장 관계로 치달았다.
대기오염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침은 물론, 외교에도 장애를 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외국인의 평가가 공정한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심각한 오염상황과 그것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와 중국 시민들의 생각이다.
세계적인 환경오염사건으로 유명한 1950~1960년대에 발생한 런던스모그나 LA스모그는 베이징스모그에 비하면 시쳇말로 '애들 장난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이 대기오염에 따른 질병, 노동력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6000억 위안(한화 약 102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질병 치료를 위해 사람들이 추가 부담하는 잠재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손실금액이 최대 2조 위안(약 34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GDP의 3.8%에 달한다.
양회가 시작되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시를 시찰하면서 '초미세먼지' 통제 강화를 지시했다. '스모그 오염 대응과 공기 질 개선의 선결 과제는 PM2.5의 통제'라고 자못 전문가답게 강조하였다. 상황이 심각하니 국가주석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제 조금 나아지겠구나! 처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중국은 한다면 하니까! 시진핑은 '환경분야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책임도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니, 곧 변화가 오겠구나 생각했다. 중국은 사안에 따라 공개 처형도 서슴지 않으니, 사실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비교적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며칠 뒤 <인민일보>에 실린 한 칼럼은 내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중국의 스모그 억제, 몇 년이나 걸릴까?'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이렇게 말한다.
'LA, 런던, 파리 등의 해결에 30~60여 년이 걸렸다. 선진국은 100년에 걸친 공업화의 결과지만, 중국은 20~30년간의 누적이 집중 폭발된 것이다. 공기오염 억제는 발전 방식을 전환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대략 이런 내용인데 마지막 문장이 이랬다. '모두가 함께 노력을 기울이되, 우공이 산을 옮기는(愚公移山) 정신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30년은 뭐고, 60년은 또 뭔가? 거기다가 우공을 들고 나왔다. 이건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저 스모그 속에 아이들이 헐떡대고 있는데 우공의 '언젠간 되겠지'라니. 여유만만이다. 중국이 아무리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对策: 국가에 정책이 있고,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는, 융통성과 변화를 강조한 것이라지만,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방이 제대로 안 따른다는 말이기도 하다)의 나라라지만 도가 한참 지나쳤다.
주석이 철저한 '대기 질 개선'을 주문하면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수순 아니겠는가? 그런데 팔자 좋게 30년, 60년, 100년을 얘기하고 있다. 어차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 '시민들이여 조급해 하지 말고 중국식으로 천천히 기다리라'는 말이다.
오염은 가난한 사람들에 더 큰 피해를 준다. 부자들과 공무원들이 생수를 마시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때, 가난한 사람들은 스모그를 들이마시고 길거리에서 매연을 마셔야 한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고 중국정부가 말할 자격이 있을까? 문제의 근간에는 수십 년간 경제성장만을 외쳐온 정부의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폐 속 깊이 박혀 빠져 나오지 않는 미세먼지는 놔둔 채 피부에 묻은 먼지를 알코올로 닦아내는 형국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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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라고 문제제기하고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환경문제 해결의 기준인 '오염자부담원칙'과 '사전예방원칙'을 기조로 특히 피해자운동을 강조합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건강의 눈으로 환경문제를 보는 사회, 공해산업을 이웃에 떠넘기지 않는 건강한 아시아 시민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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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명 죽었는데, 조급해 말고 기다리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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