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희생자의 첫번째 장례식이 20일 오전 부산 용호동 이기대성당에서 치뤄졌다. 박명재 신부가 고 박주현(부산외대 비즈니스일본어과)씨의 영결식 중 눈물을 닦고있다.
정민규
"개인적으로 사고 다음날 오전에 스마트폰 카톡 추천 친구 명단에 박주현이 올라왔습니다."분명한 말로 강론을 이어가던 박 신부도 이 말을 마치곤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고, 손수건을 꺼내 뒤돌아 눈물을 닦아냈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성당을 찾았던 건 지난 주일 예배였다. 박 신부는 "사건 전날 잘다녀오겠다고 할머니와 포옹하고 인사하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추억했다.
박씨에게 작별을 고하는 분향시간이 다가오자 가족과 친지, 학교 관계자 등은 길게 줄을 서 마지막으로 박씨를 향해 향을 올렸다. 분향을 마친 사람들이 관을 잡고 흐느끼는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의 뺨에도 연신 눈물이 흘렀다. 이를 지켜보던 고인의 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씨의 아버지는 모두를 용서하며 딸과의 작별을 준비했다.
"아침 일찍 찾아오신 코오롱 회장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우리 딸은 다 용서할 겁니다. 제 아이가 다니고 싶어했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직원, 학생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 책임이 아닙니다. 여기 오신 분들 너무 슬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 딸이 길을 잘 못 찾습니다. 너무 우시면 길을 못 찾을까봐 염려가 됩니다" 관이 빠져나가자 애도행렬이 길게 줄을 지어 뒤를 따랐다. 운구차가 떠나갔지만 미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현장을 지켰다. 장례미사에 참석했던 이덕태(71)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박씨와 같은 교인인 이씨는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슬픔을 표시했다.
이씨는 "아이들을 보내면서 사전 답사도 없이 보낸 학교도 문제고, 그런 시설물에 허가를 내준 당국도 문제가 아니냐"며 "꿈도 펴보지 못한 아이들이 이렇게 사라지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