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100권4년간의 세미나 수업에서 읽는 고전 100권
St.John's College
나는 2010년 세인트 존스를 입학해 현재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글 쓰는 걸 좋아해서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소소한 일상을 적은 일기를 써 왔지만 특히 한국에선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인트 존스의 특별한 커리큘럼과 공부 법에 관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4년간 고전 100권'만' 공부하는 대학이라고만 한국에 알려지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세인트 존스가 정말로 어떤 대학인지 알고 싶어하는 한국의 학생들, 학부모님들께도 현재 재학중인 학생의 입장에서 더 자세히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세인트 존스라는 배를 타고 4년간의 항해를 거의 마쳐가는 학생으로서, 생생함을 가득 담아 일 주일에 한 번씩 연재를 해볼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많이 써왔기 때문에 이런 기사 형식의 글은 어색한 게 사실이다. 평소 일기에 쓰던 대로 그때 그때 감정에 따라 가끔씩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내기도 하고, 엔터도 화끈하게 치고 싶지만 처음 해보는 도전인 만큼 어느 정도는 형식에 맞춰서 쓰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하지만 가끔씩 일기에서 쓰던 편안한 말투나 스타일이 나오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세인트 존스는 정말로 수업 시간에 말을 안 하면 학생을 쫓아내는 학교인가? 많은 분들이 상당히 궁금하실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어떻게 학교가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 것이다.
우선 답을 얘기하자면, "그렇다, 쫓겨난다"이다. 정말로 세인트 존스에선 학생이 수업시간에 말을 안 하면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조용한 한국 학생의 전형이었기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해 딘(Dean, 학장)과 개인 상담을 밥 먹듯이 했고 결국에 우리는 '베프(베스트 프렌드)'를 먹었다.
어떻게 학교가 수업시간에 말 안 하는 학생을 쫓아낼 수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선 먼저 '수업시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수업시간은 말 그대로 모두가 숨을 죽이고 교수님의 뛰어난 지식을 경청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학생이 그 지식의 파도에 감히 뛰어들어 말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인트 존스에서의 수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얘기해보자.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대학생이 되기 전, 나는 '대학' 하면 접었다 펼 수 있는 귀여운 책상이 달린 1인용 의자가 빼곡한 커다란 강의실을 상상했었다. 그 1인용 의자 책상은 내 상상 속 대학의 '로망'이었다. 책가방이 아닌 옆으로 메는 여대생 가방을 메고, 무거운 책들을 팔에 안고 교실로 들어와 1인용 의자 책상에 앉아 모두 함께 저~ 멀리 강의실의 제일 앞에 있는 커다란 칠판과 교수님을 바라보는 것. 키야~ 대학이당.
하지만 세인트 존스에 그런 강의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선 어떤 교실에 가든지 방을 꽉 채운 직사각형의 커다란 테이블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커다란 직사각형의 테이블, 그리고 벽면의 분필 칠판이 세인트 존스 교실 가구의 전부다 (화이트보드가 아닌 고전적인 분필칠판을 고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