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가을이몽땅 쏟아낸 육신의 상태를 표정으로 알리고 있다.
박혜림
돌아와 문을 여니 심상치 않은 냄새가 코를 훅 찌른다. 발수건 아래에 뭔가 느껴졌다. 내가 올 때까지 참지 못하고 큰일을 본 후 발수건으로 뒤처리를 해놓은 것이다. 하…. 이런 가을이의 속 깊은 모습에서 나는 한 번 더 감격을 한다. 처음 집안에 실례를 했을 때도 설사병이 화근이었다.
그때는 양탄자 위에 누고 책으로 얌전히 덮어놨더랬다. 퇴근한 나와 눈이 마주치곤 귀를 접고 부끄러워했다. 양탄자 박박 닦던 장면을 기억해서일까? 이번엔 발수건이라니. 아픈 와중에 어쩜 이런 생각까지 다 했을까. 덕분에 수월하게 치웠다. 후, 이제 배탈의 원인을 골몰해 보자.
① 사료 : 소화불량을 일으킨 개도 간혹 있지만 비교적 유명 브랜드이고 가을도 그간 잘 먹어왔다.② 통조림 : 몇 주 전 탈이 났던 제품을 모두 보호소 개들에게 기부하고 새로 구입했다. 예전에도 잘 먹었던 것이다.③ 간식 : 황태채와 고구마를 줬다. 개의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④ 눈 : 그래! 생애 첫눈을 본 기념으로 가을은 연신 눈을 핥아댔다. 그런데 눈이 이 정도의 설사를 일으킬 정도인가?⑤ 과식 : 빨리 많은 음식을 삼키면 소장이 약한 경우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쪽에 혐의를 둔다.가을이는 나이에 비해(현재 10살 추정) 건강한 편이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됐던 것 외엔 눈·귀·이빨·간·신장 등에 큰 이상 없이 지내오고 있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문제는 장에 있었다. 가을이는 '장 트러블 여인'.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던가. 조금만 입에 안 맞아도 먹지를 않고, 먹는다 해도 잘 소화 시키지 못한다.
일전에 설사를 일으킨 통조림만 해도, 다른 개들은 없어서 못 먹는 제품이었는데 가을이만 소화를 못했다. 냄새에 혹해 먹긴 했지만 바로 신호가 와서 쫓아나갔다. 설사를 일으키면 하루에서 이틀은 속을 비우는 게 좋은데, 새벽에 노란 물을 토했다. 위액이다. 부드러운 황탯살을 잘게 잘라줬다. 배가 무지 고팠는지 잘 먹었다. 설마 이것도 문제가 되진 않겠지?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사람마다 성격 다르듯, 개도 천차만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