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주현우 "안녕들 하십니까"<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 가운데)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 앞에서 학우들과 함께 철도민영화 반대와 철도노동자들의 대량 직위해제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유성호
▲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붙인 주현우씨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교내 게시판에 붙여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현우 학생과 이를 지지하며 릴레이 대자보에 동참한 강태경 학생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 유성호
체감온도 -10°C. 하얀 입김이 나올 만큼 추운 13일 오전,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고려대 재학생 주현우(27)씨가 "안녕들하십니까?"라며 지난 10일 붙인 대자보 이후 응답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관련기사: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찌 다들 이리 안녕하신건지").
13일 오전부터 현재 대자보가 붙은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 앞에서는 주씨를 지지하는 학생 20여명이 모여 KTX 파업을 지지하는 선전물을 나눠줬다. 주씨의 대자보 옆으로는 "안녕하지 못하다"며 답한 대자보가 30여개를 돌파했고, 만든지 하루도 채 안된 페이스북 페이지
<안녕들하십니까>에는 13일 오후 6시 현재 약 14000명 넘게 '좋아요'를 눌렀다.
주현우씨는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아까 정보과 형사 2명이 후문에 찾아와 철도 노조와의 연관성에 대해 묻고 갔다"며 "누군가 14일에 모인다고 한 것을 불법집회라고 신고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자보는) 개인적 생각에서 시작한 거라 반향이 이렇게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이 각자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생각들이 이걸 계기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씨와 한 인터뷰를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대자보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나?"그저 개인적인 생각에서 쓴 글이었다. 그런데 11일 아침부터 다른 친구들이 찍어서 올린 사진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고 하더라. 사실 온라인 상 '좋아요'나 '공유하기'만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추가적으로 700여명이 또 직위해제가 되면서 더 확산이 됐던 것 아닌가 싶다. 내 대자보를 보고 연락한 강태경씨와 지난 11일 수요일 밤 11시쯤에 만나서 새벽 4시까지 어떻게 할지 얘기를 했다."
- 반향이 이렇게 클 줄 예상했나?"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대자보 뿐 아니라 사람이 서 있으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지 않나. 그래서 이렇게 나와서 서 있던 것이다. 지금 내 곁에서 함께 응원하는 학생들 중에는 아예 처음 보는 학생들도 있고, 원래 얼굴만 알던 학생들도 있다. 어제(12일) 6시 반쯤 됐을 때는 거의 20명 가까이 서 있었다."
- 손으로 대자보를 쓴 이유?"사실 우리는 타이핑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글이 더 진심이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너무 가볍게 보이거나 익명성이 강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직접 손으로 쓰는 게 내 감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다른 학교에서도 한다던데."그렇다. 페이스북과 지인들 통해서 연락이 많이 왔다. 서울대와 한양대, 중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도 대자보를 붙인다고 연락 받았다. 한 한양대 새내기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나한테 "종북이라고 몰리는 게 두렵지 않았냐, 낙인찍기나 색깔공세가 무섭지 않냐"고 묻더라. 근데 그런 두려움은 사실 내가 더 크다고 봐도 될 것이다. 특히나 그 학생은 새내기지만 나는 졸업반이니까. 그러나 월가 오큐파이(Occupy) 운동도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됐듯이, 뭐가 됐든 시작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친구나 지인, 졸업생들 반응은 어떤지? "많이들 응원해주신다. 커피나 케익, 핫팩 등도 계속 쥐어주고 간다. 어제 눈이 올 때는 직접 우산을 씌워주고 간 친구도 있었고. 교수님들도 고생 많이 한다고, 수고한다고 한 마디씩 꼭 해주고 가신다. 어제 교우회라며 민주화 운동하신 분들, 고대 졸업생 분들이 학교에서 모인다고 잠깐 연락이 왔었는데, 88학번이라는 분이 내게 힘내라고 하더라. 아까도 한 사회대 교수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지갑에 있던 돈 53000원을 다 털어주고 가셨다."
- 이렇게 많은 곳에서 응답이 나타나는 게 어떤 의미인 것 같나?"학내에서 '안녕 못하다'며 수십 장의 대자보가 붙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내가 쓴 대자보의 '안녕하냐'는 물음이 힘을 가졌다기보다는, 다들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질문이 이걸 계기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은 거다. 우리가 국정원처럼 댓글을 수천 개 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