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012년 10월 29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의 만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권우성
실종된 '상생의 정치' 못지않게,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던 '경제민주화'도 흔들렸다. 이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를 거쳐,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으로 떠올랐던 경제민주화에 종종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때문에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의 대부격인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도 잦은 갈등을 빚었다.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를 향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당 지도부에) 있는 한 경제민주화가 될 것 같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자신과 이 원내대표 간 양자택일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상돈·김세연·주광덕·이준석 등 전 비상대책위원들도 같은 시기 긴급 회동을 갖고 "후보의 경제민주화를 백안시하고 국민의 눈높이와 합치하지 않는 발언을 일삼은 이 원내대표의 책임이 크다"며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진통 끝에 상황은 이 원내대표가 박근혜 캠프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봉합됐다. "원내사령탑으로서 국정감사와 향후 예결위를 포함한 막중한 국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그렇게 됐다(이정현 당시 공보단장)"는 게 이유였지만, 김 위원장과 갈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대선 이후 판세는 뒤집혔다. 이 원내대표는 대선 이후에도 "정치민주화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우리 사회가 아무 데나 '민주화'를 붙여 놔, 이제는 매우 무책임한 인기주의 형태의 많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4월 22일 최고위원회의)",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 갖도록 노력하겠다(4월 29일, 경제5단체 면담)" 등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탰다.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입법 상황에 반영됐다. 4월 국회에서 불법 하도급 거래행위 규제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들은 6월 정기국회로 미뤄졌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이용법안(이하 FIU법안)'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2개를 분리 처리하자"는 요구에 "죽어도 못한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 포기 제안에 '나홀로 이동흡 비호'까지... 당내 반발 자초한 '박근혜 도우미''청와대 거수기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정부조직개편 협상 지연과 연이은 청와대의 인사실패 과정을 겪으면서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의 무기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이 같은 논란의 전면에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으로 낙마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홀로 비호하는가 하면,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특히,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국회 국정감사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헌법에 보장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제안을 한 셈이다.
여야 간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이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혔다.
이 원내대표는 협상 장기화로 '출구'가 보이지 않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등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 검토 의사까지 밝혀 당내 반발을 초래했다. 당초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새누리당 주도로 기존 국회법을 개정해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일보>마저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지침만 받들어 모시면서 무조건 여당안을 수락하라고 야당을 밀어붙이기만 했다, 당대표가 내놓은 협상안을 원내대표가 이끄는 협상 실무팀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자중지란'까지 노출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내 불만도 고조됐다.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 국민에게 버림받을 것(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당내 중진들의 지도부 비판이 시작됐다. 정부조직협상 개편 표류 당시 초선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한 집단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동원'된 것을 두고도 "기사 한 줄도 안 나는 일에 왜 초선들을 동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자탄도 나왔다.
민생입법 처리를 명분으로 구성한 '여야 6인 협의체'에 대해서도 이 원내대표의 '소통부재'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지난달 16일 확대 원내대책회의에서 "6인 협의체에서 세부적으로 법률안 처리 방안을 합의한 것은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처사"라며 "소관 상임위의 의견도 묻지 않고 83개를 합의하는 지도부가 어디에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따지기도 했다.
'도돌이표' 되버린 이한구의 약속들, 차기 원내사령탑 다를까?결국, 이 원내대표가 남긴 '미완의 과제'들은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이 짊어지고 있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주영(4선. 경남 창원 마산합포)·최경환(3선. 경북 경산·청도) 의원 모두 ▲ 소통·상생의 여야 관계 ▲ 강한 리더십 ▲ 경제민주화 공약 실천 ▲ 상임위 중심주의 등 초선 의정활동 참여 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특히, 두 후보가 강한 리더십과 초선 의정활동 참여 확대를 약속한 것은 이 원내대표 탓이 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당이 청와대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비판과 여야 6인 협의체 등 원내지도부 중심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불만을 두루두루 감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 임기도 이 원내대표와 같이 1년이다. 1년 뒤, 새로운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이한구 원내대표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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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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