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저지'를 위한 집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이 각자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또 하나 FDI 곧, 외국인직접투자도 사상최대로 늘었다고 한다. 특히나 미국의 그것은 37억 달러로 전년 대비 자그마치 55%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 자료는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했다. 그래서 이 자료 또한 자세히 뜯어보니 그저 실소만 나온다.
같은 기간 FTA와는 전혀 무관한 일본의 FDI가 45억 달러로 98% 증가했고, 마찬가지 중국·홍콩 등 중화권의 그것은 40억 달러로 자그마치 107%나 증가했다. FTA를 체결하지 않아도 FDI가 미국의 그것보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가관인 것은 그 돈이 어디로 갔느냐는 것이다.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FDI가운데 M&A 자금이 245% 증가했고, 공장이나 사업장에서 내는 그린필드 자금은 46.5% 증가했을 뿐이란다. 쉽게 말해 투자된 금액의 대부분은 M&A 자금이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정부가 말한 37억 달러 직접 투자는 어디까지나 신고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실제 통장에 꽂힌 돈 곧을 도착 기준으로 보니 1/3인 12억 달러다. 간단히 정리하면 말이다.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돈의 90%가량은 주식 자금이다. 대부분 투기성이 강한 단기자본이다. 나머지 돈은 직접투자 FDI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이 돈의 80~90%는 M&A 자금이다. 한국 경제의 선순환, 곧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그런 '착한' 투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과연 이런 투자에 희희낙락하는 저들은 누구인가.
농민들 살았다? 참 고마운 '기후변화' 납셨다'우리 농민 다 죽는다더니…'라고 어느 언론에서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 뒷말은 '아무도 안 죽었잖아' 정도가 될 게다. 또 그 뒷말은 안 봐도 빤하다. 그렇다. '천만다행이다, 아직 우리 농민 무사하다, 왜? 기후변화로 미국 내 곡물 생산이 줄어들어 수출 물량도 줄었다, 그래서 곡물수입이 줄었다.'
구제역 파동 이후 돼지고기는 공급 과잉이 됐고, 가격도 하락했다. 굳이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했다. 또 광우병이 발생했다. 게다가 불황으로 소비시장도 얼어붙었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농·축산품 수입이 급감했다. 아울러 1년 차다 보니 관세 인하도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농촌도 살았고, 농·축산물 수입이 줄어 흑자도 늘어났다. 참으로 고마운 '기후 변화' 아닌가.
세계시장에 보호무역주의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산다는 우리로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조사에 의하면 2012년 한국산제품에 대한 보호무역조치가 467건이라고 한다. 반면 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보호무역조치는 32건이다. FTA가 세계적 대세라고 노래를 부른 지가 엊그제인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리고 아직도 이 흘러가는 옛노래가 18번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얼마 전 사라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 FTA가 확산되는 만큼, 다른 한편으로 보호주의 또한 강화되고 있다. 학자들 사이 오래된 격언이 있다. '자유무역은 강자의 보호무역주의'라는 말이 바로 그것. 이 말처럼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호주의가 바로 '양적 완화'다.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충분히 악용해 달러를 마구 찍고, 그래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산 제품 가격이 떨어진다. 혹시 인플레가 발생하더라도 서민들이나 다른 나라에 전가시키면 그만이다. 그렇게 확보된 가격경쟁력이야말로 오바마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의 동력이다.
굳이 과거처럼 관세·비관세 장벽을 높이 쌓을 일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도 병행 구사된다.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판정이 그렇다. 삼성·LG 등 한국의 기업에 대한 조사도 같은 맥락이다. 위장된 보호주의로 지적 재산권 강화·국제카르텔 규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민주적 통상 거버넌스 생각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