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조재현
자발적으로 쪼그려 앉아 조용히 경청하는 시민들이 생겨났고, 인간 마이크 '소리통'까지 나타났습니다.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뒷줄을 배려하느라 쪼그려 앉았고, 뒷줄에 선 시민들도 두 사람의 얼굴을 보려고 까치발로 섰습니다. 안 보이는 사람들은 차라리 다른 장소를 선택해 나뭇가지에 매달려 수업을 듣는 <상록수>의 아이들처럼 창문에 매달렸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말을 따라 하는 '인간 메아리'도 나타났습니다.
안 전 후보와 동행하고 있는 송호창 전 공동선대본부장은 "안 전 후보님의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열심히 따라해 주셔서 고마웠다"며 "인간 마이크 소리통 유세단이 새로운 문화를 만듭니다"라고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엠프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일이 방해된다면서 짜증을 내던 시민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으로 도입했던 '작은 선거운동'이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를 통해서도 관철되는 것일까요?
오랜 세월 정치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이 같은 안 전 후보의 선거운동에 불편한 기색을 취합니다. 마이크가 없으면 안 전 후보 스스로도 불편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많은 대중이 한꺼번에 모이는 장소에서 마이크조차 쓰지 않는 것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불만을 자극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선 의외로 시민들이 재미있어 합니다. '키가 작아 슬프다'는 농담 섞인 푸념도 터뜨리면서 말이죠.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는 새로운 '선거운동 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큰 돈 들여 엠프를 설치하고 귀가 얼얼할 정도로 확성기를 틀지 않으면서도 조곤조곤 대화하는 콘셉트의 선거운동은 솔직히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보는 기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치는 늘 거칠게 큰소리를 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시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새로운 발상'을 하게 하는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의 조용한 선거운동이 결국 판을 흔들기 시작한 것일까요?
조용한 선거운동이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여러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주 여론조사 금지기간이 시작되기 전 "부마항쟁 이후 처음으로 부산이 디비졌다"는 어느 60대 남성의 말처럼 전국이 '디비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듭니다.
그 희망의 증거는 바로 '시민'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광명시 철산역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에서 "여러분이 모두 안철수입니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그저 빈 말이 아닌 것처럼 들립니다.
실제 <오마이TV>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6일, 전 세계 104개국에서 이를 시청하던 시민들이 스스로 '시민의병'을 자처하면서 '투표참여운동'에 스스로 나섰습니다. 인도에서는 무려 40시간을 운전해서 2000km를 달려 주권행사를 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선거는 5년마다 되풀이되는 일상적인 선거와 다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과거로 회귀할 것이냐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를 결정짓는 '운명' 같은 선거입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친일과 친미, 군사독재 속에서 낡고 병든 한국정치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낀 우리 국민들이 마침내 스스로 '종이짱돌'을 들고 나선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 거대한 변혁의 물결은 결국 쓰나미가 되어 '유신의 부활'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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