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여의도 G빌딩 502호에서 나와 승강기를 타고 떠나려는 한 남성에서 경찰들이 신원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권우성
잇따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을 비롯한 지능범죄수사팀 형사들이 도착했지만 이들 역시 선관위 조사팀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선관위가 도착해야 사무실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또 중앙선관위 공보팀에 연락을 했습니다. 공보팀장은 서울선관위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서울선관위 지도과에 연락을 했습니다. 다음은 통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현재 여의도 G빌딩 앞인데요. 유사 선거사무소로 보이는 사무실이 발견됐습니다. 현재 112 경찰도 와 계신데 선관위가 도착을 하지 않아서 조사를 못하고 있습니다."KBS 보도 이후 그런 제보가 너무 많아요. 그런 걸 선관위가 다 다닐 수는 없잖아요? 정확한 증거를 말해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움직이기 어려워요."
- 저희는 502호 사무실 앞에 있고요. 새누리당 점퍼를 입은 분이 통화를 했고...등등. "그 정도로는 저희가 확실히 유사 사무소라고 판단하기 어려워서요. 왜냐하면 어제(14일)도 403호가 의심이 된다는 제보가 있어서 알아봤는데 정확하게 뭐가 나온 게 없어요. 그리고 지금 점심시간이라 저희가 2교대로 근무하는데 한 팀은 식사를 나가셨고 다른 팀도 나가셔야 해서 제가 보고를 어디로 해야 할지 지금 좀 난감해요."
- 아니 그럼 언제까지 이 복도에서 기다리라는 건가요?"일단 영등포구 선관위에 제가 말씀드릴 거구요. 지도계장님이 연락하실 겁니다."
서울 영등포구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오후 1시 10분입니다. 선관위 공보관과 통화하고 무려 80분 뒤에 현장에 나타난 것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선관위 조사팀은 관련내용을 들은 뒤 403호로 가자고 했습니다. 502호는 경찰이 현장보존을 했으니 우선 403호로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선관위와 부산선관위, 선거운동 해석 정반대G빌딩 403호엔 사무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만 있었고 사무실에선 박근혜 후보 명의로 된 임명장 20장,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이 인쇄된 대봉투 2박스, 임명장 케이스 7박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영등포 선관위는 "이곳을 유사 선거 사무소라고 볼 수 없다"며 조사를 종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판단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사무실에 단순히 선거관련 물건만 있었지 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었죠.
여직원의 컴퓨터를 열어봤지만 SNS를 했다는 흔적도 없었다는 게 영등포 선관위 조사팀의 입장이었습니다.
문용준 서울 영등포구 선관위 지도주무관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하다못해 박근혜 후보 사진이 나온다든지, D-4일 뭐 이런 선거관련 표식이 발견된다든지, '승리하자' 뭐 이런 구호가 써 붙여 있다든지 하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고 여겨지는 단서가 전혀 없다"며 "단순히 선거관련 용품이 나왔다고 해서 이곳을 유사 선거사무소로 해석할 수 없다"고 단정을 지었습니다.
한데, 비슷한 시각 부산 선관위에 접수된 유사 선거사무소 제보내용에 대한 해석이 정반대였습니다. 이날 오후 부산 선관위에도 유사 선거사무소로 의심되는 장소가 발견돼 선관위와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 조사에 나섰는데 결과는 이렇습니다.
"15일 오후 5시경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 새누리당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사 선거사무소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선관위, 경찰, 민주당 관계자가 현장 단속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부산선관위 지도과는 '혐의 없어 종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 부산시당 최재성 공보국장의 말입니다.
"이곳은 박근혜 후보 지지포럼인 '하나로 포럼' 사무실이었다. 박근혜 후보의 임명장이나 데이터 등이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없었다. 현장에선 플래카드, '필승' 문구, 박근혜 후보 사진 등을 찾아냈다. 그러나 선관위는 혐의 없음 종결 처리했다. 1시간 동안 선관위가 조사했는데 최소한 컴퓨터 압수라도 해서 조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솔직히 선관위에 엄청난 부정선거 고발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제18대 대선 12월 12일 현재 선관위가 적발한 선거법 위반행위 조치건수는 고발 56건, 수사의뢰 35건, 경고 162건 등 총 253건입니다.
지난 제17대 대선의 같은 기간 조치건수(525건)에 비하여 51.8% 감소했지만, 비방·흑색선전 행위로 조치한 건수는 고발 8건, 수사의뢰 1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제17대 대선(고발 1건, 수사의뢰 6건)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입니다.
부정선거를 단속하고 적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충실히 조사해서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게 옳지 않을까요?
제가 문제제기하려는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이날 오후 문 주무관은 G빌딩 403호 주인인 정아무개(71)씨와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주무관은 정씨의 발언을 토대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합니다.
첫째, 정씨는 전직 한나라당 당원이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현재 새누리당 당원은 아닙니다.
둘째, 정씨는 새누리당이 자리가 비좁아 자신의 사무실로 그 물건들을 스스로 가져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라 물건을 보관하고 있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곧 돌려줄 예정이라는 주장도 덧붙였지요. 누구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사무실로 옮겨 놓았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수차례 확인을 요구했지만 묵살했습니다.
셋째, 소유주가 정씨뿐인지 아니면 제2 혹은 제3의 소유주가 있는지, 또 이 사무실의 운영비용을 정씨가 낸 게 맞는지, 정씨가 냈다면 얼마를 냈는지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지시로 운영되고 있는 사무실인지 정확히 확인한 게 없습니다.
넷째, 영등포구 선관위는 "설령 새누리당 당원이 운영한 사무실이라 해도 사무용품만 있으면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 명의의 임명장,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이 인쇄된 임명장 케이스(액자)와 대봉투 등은 선거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발견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섯째, G빌딩 지하 주차장에선 70대 남성이 "심부름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의 명의가 박힌 임명장들을 담은 007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경찰이 신원을 확보해놓긴 했지만 선관위가 별도로 확인한 내용은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물증이 나왔는데 왜 조사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