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재미난 모양이다^^..
김하영
아이들은 얼울해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상황이 분명하게 그려진다. 세면대를 다시 보니, 이음새가 낡아서 떨어진 것 같다. 휴우~. 꼭지가 돈다는 표현은 이때 써야 하나. 이 사람들 순진하게 생긴 애들뿐이라고 그냥 덮어씌울 요량이었나 보다. 라오스에서는 두 번의 여행 동안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니 이런 지저분한 일이 이 나라에서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속상하고 화가 났다.
그래서 그냥 돈으로 해결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의 여정은 빡빡했다. 지금부터 30분 안에 배를 타고 이 섬을 나가서 팍세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하고,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오후 5시 안에 태국 국경에 닿아야 했다.
만약 늦어지면 국경 문이 닫히고 우린 국경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하는 불운한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 그러면 국경 너머에서 방콕 가는 야간버스도 놓치게 되면서 남은 일정이 완전히 꼬이게 되는 것이다.
화가 난 나는 일단 아이들은 배 타는 곳으로 먼저 보내고, 주인을 만났다. 그런데 그는 영어가 짧기도 했지만 정말로 막무가내였고, 예의가 없었다. 더 이상 말 할 것도 없다는 투로 윽박지르기나 했지, 도무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말고 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세면대가 내려앉았으면 고객이 다치지 않았는지 정도는 한 번쯤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경찰을 불러달라고 했지만, 그는 이 섬에는 경찰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그를 데리고 방콕까지 가는 교통편을 예약했던 여행사로 가서 여직원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여직원의 통역으로 우리 아이들의 말을 차근차근 전했다. 첫날부터 흔들거렸고 그냥 세수만 했는데 떨어졌다더라, 어제 이야기했을 때는 고쳐준다고 하고선 왜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느냐, 그리고 벽에 금 가고 구멍 난 것은 우리 아이들이 한 일이 아니다, 내가 봤을 땐 세면대가 부서진 게 아니라서 낡은 이음새만 바꾸면 될 듯하다, 그 정도의 돈은 내가 지불할 생각이 있다, 여행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을 믿어 달라, 등등 간곡하게 설득을 했지만 그 사람은 '불통'이었다.
무조건 돈만 내놓으라는 식으로 소리를 질러댈 뿐이었다. 이렇게.
"NO PAY, N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