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선거인수/투표자수 비율 비교대의 민주주의에서 투표율은 매우 중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 못하는 게 '성의 문제'라는 새누리당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견해를 들어보자. 우선 그들은 투표를 못하는 이들을 가리켜 "성의가 부족하다"고 훈계한다. 투표일이 임시공휴일이고 투표시간도 06시부터 18시까지 장장 12시간이나 되는데, 투표를 못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유권자 개인이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위해 굳이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많은 사람이 투표 못하는 원인이 단순히 성의 부족 때문일까?
새누리당 주장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현실감 결여이다. 적지 않은 직장인들은 투표 당일에도 출근을 한다. 비록 임시공휴일이라고는 하지만 정해진 주말에도 눈치를 보고, 정해진 퇴근 시간에도 눈치를 보는 게 많은 직장인의 현실이다. 직장 상사가 투표하라며 1시간이라도 일찍 끝내주면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특히 대선은 항상 12월 중순쯤인데 이때는 적지 않은 회사들이 연말 특수를 맞아 한창 바쁠 때다. 시간이 없어서 투표를 못하는 이들이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공휴일에도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 많은 비정규직은 법정 공휴일에도 일을 한다. 임시 공휴일에는 그 사정이 더 딱할 수밖에 없다.
당장 대선 당일 20시 쯤 동네를 둘러보라. 20대 젊은이들은 등록금을 번다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것이며, 택배 기사들은 그 늦은 시간까지 물건을 나르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투표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면 새벽에 일찍 나와서 투표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늦게까지 하루 일당을 벌어야 하는 이들이 투표하려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아침밥 대신 꿀같은 새벽잠을 택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문제는 이렇게 시간이 없어서 투표를 못하는 이들이, 투표의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정부 정책은 사회의 약한 고리에 위치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투표를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바로 그 고리에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정부는 누구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면 특히 위와 같은 사람들의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