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 11일 서울시내의 한 투표소에 아이와 함께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
남소연
저자는 '그들'이 2040세대는 물론,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진보성'이 강한 세대라고 단언한다. 80년대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고 한때 정치 개혁의 상징이기도 했던 386세대가 아니라, 빚과 취업난에 허덕이면서 폭발 직전에 놓인 88만 원 세대가 아니라, 그 중간에 끼어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한, 그래서 뭐라 불러야할지조차 모르는 '그들'이 말이다.
"20대, 30대, 40대가 삼각편대를 이루어 범진보 진영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삼각편대의 꼭짓점은 30대다. 30대가 앞에서 끌고 20대와 40대가 뒤에서 민다. 이게 2040세대의 대형이다."저자는 2002년 대선부터 올해 있은 총선까지, 지난 10년 동안 치른 모든 총·대선 때마다 실시한 여론 조사 추이를 비롯해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를 입증해내는 데 성공한다. 책의 자료를 옮기는 일은 무의미 할 테니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그들'이 진보성을 강하게 드러내며 진보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시작한 시기는 2002년 대선 때였다. 그러니까 '그들'은 386세대와 주도권 경쟁을 벌인 이 때를 고비로 확실하게 삼각편대의 꼭짓점에 올라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사회경제적 배경과 정치문화적 배경이라는 두 가지 틀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 가운데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해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그들'은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낮다고 여기는 비율이 2040세대에서 가장 높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고 여기는 비율은 가장 낮다. 실제로 필요한 소득(국민복지 기본선)과 실제 소득간의 차이도 가장 크다. 또한 부모의 지위가 자녀들에게 대물림되며, 이러한 구조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가장 높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 세대 사이의 경제적 양극화가 가장 심하다.
저자는 이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시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IMF 외환위기와 그에 따른 취업 대란, 이어진 벤처와 카드 그리고 부동산 거품의 형성과 몰락 과정 등. '그들'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1975년생의 눈으로 보자면, 이 모든 일들은 20대 중반, 그러니까 사회에 갓 진출을 했거나 진출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벌어지기 시작해 마치 파도처럼 꼬리를 물고 밀려왔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그들'의 삶 주변에 넓고도 깊게 퍼져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그들'의 족적을 살피니 선연해졌다. '그들'은 참으로 재수 없는 세대다. 신자유주의 광풍을 가장 먼저 맞은 세대다.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세대 내 양극화의 쓴맛을 가장 먼저 맛본 세대다."'그들'의 이러한 사회경제적 의식이 '진보성'으로 모아진 데는, 개인으로서 도대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문제들의 답을 '구조 개혁'과 '복지' 그리고 이를 실현해 줄 범진보 정치 세력에게서 찾게 된 자연스런 과정이 놓여 있다. 한 마디로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움트고, 신자유주의 정책 하에서 벼려진" 진보성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저자가 찾아낸 '그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다. 아마도 당신이 '그들'에 속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여기까지가 대략 이 책의 절반에 담긴 내용들이다.
이어 저자는 '그들'의 정치문화적 배경에 대해서도 짚고 있는데, 이는 앞서 꼽았던 '개방화된 정치 구조'와 관련이 있다. 어쩌면 이 정치문화적 배경이 '그들'을 이해하고, 또 '그들'의 정치 역량을 널리 퍼뜨리는 데 더 중요할지 모른다. 또한 최근 소셜네트워크라는 공간 안에서 '그들'이 어떻게 자리를 잡고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지를 '그들'의 사회문화적 경험을 토대로 분석해내고 있는데, 이 역시 '소통'이란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리모델링 세대'에게 거는 희망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그들'에게 이름을 하나 지어주었다. '리모델링 세대'. 스스로 거듭난 세대이자, 우리 사회를 거듭나게 할 세대라는 뜻이다. 젊은이들에게 덕담이나 건네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차라리 지금껏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 그만큼 '그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는 이유가 있다.
"'리모델링 세대'가 열어제친 새로운 정치문화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엘리트 정치집단과 엘리트 운동권 집단이 대중을 동원대상으로 삼는 3김시대의 정치문화가 아니라, 개방화된 정치집단과 능동적인 유권자가 공동으로 정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정치문화에 착목하기 때문이다."책을 읽으며 최근 결성된 '경제민주화 2030연대'가 떠올랐다. 이들은 2030세대가 살아갈 사회를 직접 선택하고, 또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지닌 새로운 사회 개혁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이들은 2030세대의 노동권과 주거권, 그리고 교육권과 생활안전망 확보 등을 위해 SNS를 통해
'청년권리선언 응답하라 2030'에 함께 할 선언자들을 모으고 있으며(19대 국회에 '청년경제민주화법' 제정을 제안할 계획), 최근에는 2030세대의 참정권 확보를 위해 새누리당사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나가고 있기도 하다. 모두가 대선 후보들만을 쳐다보는 가운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고 신명나게 우리 사회의 리모델링에 나선 이들에게서 나는 저자가 말한 '그들'을 발견한다.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와 끝 모를 냉소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들에게 다시 희망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어떻게 해야 그 희망을 현실의 힘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책, <30대 정치학>. 혹시 당신도 우리 정치의 '리모델링'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한다. 나이 따윈 상관 없다. 당신도 얼마든지 '그들'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익산옆 앞 '기찻길옆골목책방' 책방지기.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다가 2022년 전북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 혁명>(2023), <로컬꽃이 피었습니다>(2021),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2019), <나는 시민기자다>(2013) 등을 썼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