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사무국장은 "느림은 함께 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주빈
사람들마다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연상되어지는 생물이 있다. 내 경우엔 자전거를 바라볼 때 달팽이를 떠올린다. '느림'과 '쉼', '생각'이라는 동질의 요소를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고작 초속 0.24cm의 속도로 움직이는 달팽이에게 평균시속 14km로 달릴 수 있는 자전거는 미친 전차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심에서 자동차 제한 속도가 시속 60km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자전거 역시 느린 부족이 틀림없다. 치달리고 싶은 욕망이 달팽이와 자전거에게 내재돼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초 단위로 질주하는 세상에서 자전거와 달팽이는 턱없이 느린 속도로 사람들을 또 다른 사유의 세계로 태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광훈 에코바이크 사무국장을 만나러 가는 날은 흐렸다. 광주 운천저수지 인근에 있는 사무실, 그는 색상이 강한 자전거 복장을 하고 있었다.
"저도 평상복을 입고 싶죠. 하지만 색깔이 진한 자전거 복장을 입는 이유는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곤충으로 치면 이건 보호색이죠. 도심 시속이 60킬로미터예요. 그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에게는 느린 것들은 보이지 않아요. 걷는 사람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자전거 탄 사람들... 어둠이 깔린 도로를 전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애인을 만난 적 있어요. 시속이 빠른 자동차들에 자칫 치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이 자전거를 타고 따라갔어요. 저는 깜빡이도 있고 옷도 화려하니까... 장애인 전동차에 비하면 자전거도 교통강자예요. 강자는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교통속도가 빠르다는 지표는 거꾸로 가장 반환경적 지표가 높다는 것을 의미해요. 잘 닦여진 전용도로는 자동차, 자전거, 장애인전동차 등이 함께 공유하는 도로여야 해요. 제가 이토록 화려한 색상의 자전거 복장을 평상시에도 계속하는 까닭은 시속이 빠른 도시를 향한 나만의 항의 퍼포먼스입니다." 김 국장이 처음부터 자전거를 통한 생태교통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1998년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민언련) 사무국장을 맡아 '지역신문 개혁 전국 자전거 투어'는 자전거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만 5년을 활동한 광주환경연합에선 일과 자전거가 자연스럽게 접목되었다.
그리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 생태교통운동을 시작했다. 벌써 5년째,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방송도 엔지(NG) 없이 잘 하는데 안 되는 게 실천이란 말이 너무 싫고, 현장과 시민과는 멀어지면서 재정구조 튼실하게 하는 것이 시민운동인 것처럼 시민운동하기 싫어서" 새로운 시민운동을 택했다 한다.
해병대 입대→ 헤어 디자이너→ 전업 시민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