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풍경소리'의 첫 노래손님이었던 가수 김두수. 풍경소리 10주년 공연에서도 그 처음처람 노래를 했다.
이주빈
지난 8월 25일, 광주 무등산 증심사로 가는 길엔 시나브로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시원하기로 유명한 증심사 계곡에선 서늘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은 여름, 무더위에 매미는 짜증난 목청을 다듬었고, 어찌어찌 핀 백일홍꽃은 시무룩했다.
어두워진 무등산 초입을 대여섯 명씩 짝을 이룬 사람들이 느릿느릿 걸어간다. 그들의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하지만 얼굴엔 순한 미소가 흘렀다.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무등산 풍경소리 가는 길"이라 했다.
광주사람들 가운데 무등산 풍경소리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무등산 풍경소리'는 공연 이름이자 공연을 주최하는 단체의 이름이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고 있는 맘씨 착한 사람들 이름이다.
이날은 무등산 풍경소리가 10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2002년 7월 첫 공연을 시작한 무등산 풍경소리는 10년 동안 1년에 10회씩 100회가 넘는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10년 동안 약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연을 함께 즐겼고, 10년 동안 안치환씨 등 200명이 넘는 가수가 출연했다.
그러니까 지난 2002년 어느 날이었다. 당시 증심사 주지였던 일철 스님이 남녘교회에서 사목하고 있던 임의진 목사를 조용히 찾는다.
일철 스님은 한국 불교 조계종 기획실장을 역임하고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상임대표를 맡을 정도로 사회운동에 적극적이었던 '개혁 승려'였다. 임 목사는 잘 알려진 것처럼 시인이자 수필가로, 또 가수이자 화가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는 이다.
절친한 벗이었던 두 사람은 "무등산을 살리면서 종교 간에 화합하고 생태운동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무언가를 해보자"고 뜻을 모은다. 무등산을 지키기 위해 모인 광주지역 단체들로 구성된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무등산 풍경소리'였다.
구호보다는 노래로, 일회성 집회보다는 지속적인 모임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노래와 이야기마당이 어우러지는 '문화공연'의 형식을 택했다. 임의진 목사의 얘기다.
"목사가 산사에서 열리는 음악회 사회 본 것은 한국 최초였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