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의 아침풍경...
양학용
지금껏 상훈이를 알고 나서 녀석의 이런 표정은 또 처음이다. 어찌나 애절하고 절절한지 순간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혼이 났다. 둘 사이가 언제 저리 애틋해졌나 싶다가도, 이국땅에서 아프다는 여자 친구를 혼자 숙소에 남겨두고 떠나는 그 첫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렇게 녀석이 부탁한 특별한 미션도 있고 하니, 하영이와 함께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죽 집'을 찾아간다. 물론 이곳에 죽 집이 있을 리가 없다. '포'를 파는 국수집이지만 '라이스 수프'도 팔고 있어 내가 그렇게 부를 뿐이다. 하영이는 입맛에 잘 맞는 지 맛나게 먹었다. 숙소에서 쉬었다가 점심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리 부부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일기장 검사가 밀려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13명의 일기를 읽고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들의 여행이란 것이 교통수단이든 투어든 숙소든 어느 것 하나라도 미리 계약해두고 떠나온 그런 패키지여행이 아니므로, 우리부부는 틈 날 때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돌아다녀야 하고 또 밤에는 아이들이 일기를 써야 함으로 일기장을 검사할 시간이 넉넉지가 못하다.
낮 동안에 오늘처럼 짬이 생기는 날이라면 부지런히 읽어두어야 한다. 이렇듯 일기검사가 우리부부에겐 일감이 되어 여행길의 불청객 같다가도, 정작 아이들의 일기를 읽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즐거움 또한 있다. 이미 지나온 여행길을 아이들의 눈을 따라 다시 걷는 동안,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색과 크기를 가늠해 보고, 그들의 마음에 남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