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길 달려온 배낭이걸 어쩌나, 안쓰럽게 내려다 보는 성호의 눈빛이 애처롭다.
양학용
'히늡'이라는 산골에 도착했을 때 트럭에 실어간 배낭에는 먼지가 새하얗게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붉은 황톳길을 따라 겨우 스무 채 정도 될까 싶은 나무집들이 있었고, 돼지며 닭이며 개나 오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집과 길과 빨래줄 사이를 드나들고 있었다.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피부가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사람들이 여행학교 아이들이 배낭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이 죄다 나온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우리들이 이 마을에 발을 들인 첫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이 역시도 '미스터 리' 덕분이다. 라오스 시골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가 방비엥에서 알고 지내는 이의 고향 마을을 소개해준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몇몇 분들이 기금을 모아 그 마을에 우물을 파주었는데, 마침 그 분들이 공사 완공에 맞추어서 방문하게 되어 우리 일행도 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잔치가 벌어졌다. 우물이 생겼고, 마을이 생기고 처음으로 외국인 손님이 방문하였으니 잔치가 없을 수 없다. 돼지를 한 마리 잡는다 하여, 손을 보태는 의미로 한 마리 값을 내겠다고 했더니 한꺼번에 두 마리를 잡기로 했다. 마을 초입에서부터 돌아다니던 돼지들 중에서 두 녀석이 한국에서 온 이방인들의 히늡마을 방문을 이유로 오늘저녁 지상에서의 마지막 생을 다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