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걷고 웃으며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우린, 친구..
양학용
그리고 영어 선생님은 내일이 시험 날인데도 아이들이 나왔다는 사실을 굳이 알려줬다. 그만큼 이곳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다려왔다는 뜻일 게다. 아내와 내가 라오스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은 쭈뼛거리며 서로에 대해 탐색만 하고 있다. 내가 나서서 서로의 이름을 소개하게 하고 오늘 소풍의 목적지인 땀짱 동굴을 향해 출발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은 참 신기한 존재다. 쭈뼛거릴 때는 언제고, 서로 영어가 서툰 처지인데도 동굴로 걸어가는 1시간 남짓의 시간 사이에 어느새 끼리끼리 친해진다. 동갑내기를 찾아내고,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확인하고, 두 나라 학교의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교환한다. 그렇게 두 나라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자연환경이나 교육환경에서 살아온 짧지 않은 세월을 잠깐의 시간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훌쩍 뛰어넘어 소통한다.
동굴 탐험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에 들렀다. 라오 아이들은 각자의 도시락을 싸왔다. 우리 아이들이 그들의 음식을 맛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힘줘 세워준다. 어느새 친구가 됐다는 뜻이다. 입이 짧기로 유명한 유진이까지 숨을 꾹 참고 삼키는 것이 분명한데도, 얼굴은 히죽 웃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