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퉁에서 산 치파오를 입고 저녁을 먹는 둘째와 모자를 쓴 첫째후퉁거리에서 산 빨간색 치파오를 입고 있는 둘째 딸
최민성
말하지 않아도 며칠새 우리는 중국의 문화에 깊이 젖어들어 있었다. 민박집(중국식으로 객잔) 아저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음식을 시키고, 시장에서 산 물건으로 스스로를 꾸미면서, 여행지의 문화적 속살을 만끽했다.
그날 밤 저녁식사 후 양꼬치 만찬이 벌어졌다. 양꼬치 식사는 우리가 머무르지 않는 다른 민박집에서 준비했다. 두 개의 민박을 빌린 우리는 이 집까지 세 개의 민박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셈이었다. 기획자가 되도록 마을 전체에 도움이 되도록 배려한 것이다.
동네 아저씨가 정성껏 구워주는 양꼬치를 먹으며 연경(옌징) 맥주(북경의 옛 이름이 연경이어서 붙은 이름, 춘추전국시대 북경 지역은 연나라 땅이었다)를 들이키면서 우리 일행은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국 사람치고 음주가 있는데 가무가 없을쏘냐. 중국인 기사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한 가락씩을 뽑았다. 민박집 아저씨는 '헌하오(잘한다)'를 외치며 고기를 굽고...
수백 년 된 돌담길 옆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며 어우러진 이 경험이야말로 촨디샤의 풍경만큼이나 잊지 못할 것이었다. 술이 약한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민박집 주인들이 잠들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 불이 다 꺼진 다음에도 어떻게든 술을 구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즐거운 밤을 보냈다. 촨디샤를 그것답게 해주는 지형의 안온함이 우리를 더욱 편안한 음주가무의 세계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정여행족, 현지 문화에 젖어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떠날 때는 참 길어 보이는 날이지만 여행지에서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 돼버린다. 북경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마지막으로 북경 도매 시장에 들러 쇼핑을 하고 그곳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로 따지면 딱 남대문 시장 격인 곳이었다. 싸디싼 진짜 '중국산' 제품들이 넘쳐났다. 쇼핑을 해도 여행사와 계약된 특정한 상점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중국 사람들이 애용하는 도매시장에 가는 게 공정여행이다.
돌아보면 공정여행이란 여행지의 실체를 만나는 여행이다. 어렵게 공정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중국의 실체는 OOO 호텔 체인점에 있지 않고 촨디샤 객잔에 있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팔달령 만리장성에 있지 않고 잔장성에 있을 것이다. 이미 글로벌화된 식당의 음식에 있지 않고, 중국 가정에서 먹는 음식에 있을 것이다. 닳아버린 종업원이 서빙하는 곳에 있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정을 나눌 수 있는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곳에 있을 것이다.
타인을 둘러보고 더욱 타자화하는 여행이 아니라, 내면으로 공감하며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여행. 모든 여행이 공정여행일 수는 없겠고 또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공정여행이 다양한 여행의 방법 중 중요한 것으로 부상하길 기대해본다.
그렇게 되면 세계는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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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마을서 양꼬치에 맥주... 이게 진짜 여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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