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족의 집 안몽골족의 민가를 방문 할 때 찍은 집 안 사진이다.
최민성
여기서 안주인이 주는 우유차도 마시고, 이곳에서 늘 나오는 치즈 등을 주전부리로 먹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 깨끗한 집에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이 집뿐만 아니라 몽고족의 집에는 화장실이 없다. 대신 세상에서 가장 넓고 평평한 화장실을 가졌으니, 그것은 초원이다. 건조한 기후라 싸면 바로 마르고, 그들이 기르는 가축들이 먹는 풀의 영양분이 된다. 실제로 일행 중 한 남성이 이곳 탐방 때 급한 큰 용무가 생겼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도 이 초원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결국 트럭 뒤에서 볼일을 해결해야 했다. 생각하건대, 세상에서 가장 간편하면서도 완벽한 '에코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서양식 화장실처럼 우리의 배설물을 씻어 내리고 정화시키느라 수많은 물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시스템과 비교해보라.
일전에 KBS 스페셜에서 <변기야 지구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물을 절약하고 환경을 살리는 변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전세계의 모습이 나오는데, 가장 발전한 변기는 배설물을 퇴비로 만들어 주는 네덜란드의 변기였다. 큰 변기 아래 공간에서 배설물이 퇴비가 되는 시스템인데, 톱밥을 빼내듯 변기의 통을 꺼내면 배설물의 퇴비가 나오는 것이었다.
냄새도 없고 건조한 상태로 그대로 화초나 앞마당에 가져가 퇴비를 쓰면 되는 변기. 사실 우리의 옛 변소가 다 그런 식이었다. 변소이면서 동시에 퇴비 제조소였던 시골의 측간을 떠올려보라. 세상은 돌고 돌아 다시 예전의 에코 시스템을 문명 속에 만들고 있다. 그러니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 옛 방식대로 초원 그 자체를 화장실로 쓰고 있는 몽고의 시스템이 참 반가웠다.
이 집에서는 전기도 쓰지만 아직도 훌륭한 에너지원은 역시 소똥이다. 소똥은 세계 여러 농산 시스템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마빈 해리슨의 <문화의 수수께끼> 논리를 빌려오자면, 소똥을 연료로 쓰면 화력이 세지 않아 여성들이 다른 부수적인 일을 하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이 많은 유목의 삶이나 농촌의 삶에서 아주 유용한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몽고족의 집 근처에는 소똥이 마치 기와를 쌓은 것처럼 잘 정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