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합원 마당의 모습독일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민성
우리는 거리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지만, 후통에 남아있는 사합원(쓰허위엔)을 찬찬히 둘러본 것이 더 가치 있었다. 사합원은 중국의 전통 주택 축조 양식으로, 동서남북으로 방과 거실을 배치해 'ㅁ'자 형태를 이룬 것을 말한다. 마당을 중심으로 북쪽 방과 거실(남향)에 큰 어른이 살고, 남쪽 방(북향)에 일꾼들이 산다. 동쪽과 서쪽에 각각 남자 식솔과 여자 식솔이 거주한다.
밖에서 보면 완벽히 폐쇄적인 공간이 된다. 거의 완벽한 내부지향적 공간이다. 우리 전통 고택들이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하고 사랑채를 대외적으로 개방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사합원에 들어가니 대단히 폐쇄적인 느낌이어서, 우리의 전통 고택의 사랑방 손님 같은 이미지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중국 전문기자 유광종 같은 사람은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라는 책에서 중국 문화의 핵심을 '담'의 문화로 파악하기도 한다. 사합원의 형태부터 파티션이 높고 촘촘히 처져 있는 중국의 사무실, 가족주의 기업 운영, 문명을 가르는 만리장성 등 폐쇄적이고 내부 지향적인 중국의 특성이 건축물에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담을 넘으려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꽌시(關係·관계)'가 필요하다. 꽌시 없이는 중국인의 웅장한 담을 넘을 수 없다. 그리고 개인의 이런 담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현실적 상상력, '공격과 방어'의 계산성이 빨라야 할 것이고, 그것이 중국인 특유의 현실성이나 계산성을 일구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없는 전란과 이방민족의 침탈, 억압 속에서 이런 성향들이 발달했을 것이다. 살아가는 풍토와 환경이 어떻게 민족성과 연결되는지 잘 알 수 있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