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 퓨 굿 맨> 포스터.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잠시 이 오래된 영화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자.
두 명의 해병대원이 동료에게 '코드 레드'라 불리는 가혹 행위를 가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에서 붙잡힌 두 대원은 상급자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지만, 명령을 내린 관타나모 기지의 사령관은 발뺌을 하며 군의관을 매수하고 부하들의 입을 막는가 하면 비행 기록까지 조작한다.
군 검찰은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군의 명예를 위해 모른 척하고, 오히려 사건을 서둘러 덮고자 두 해병대원에게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제안한다. 하지만 해병대원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고 싶던 두 사람은 이를 거부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들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코드 레드'를 지시한 사령관의 자백을 받아내는 길뿐이다. 결국 변호인단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기로 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들은 이미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또한 막강한 힘을 지닌 관타나모 기지의 사령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결정한 '코드 레드'가 군의 지휘 체계를 거쳐 가해자인 두 해병대원에게 전해졌을 때, 그것이 얼마나 거부하기 힘든 '명령'으로 변하게 되는지도 관객은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관객들이 모두 알고 있는 그 진실을 법정에서 입증해줄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마치 <두 개의 문>에 비친 우리의 현실처럼 말이다.
<두 개의 문>은 2009년 1월 20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의 망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5명의 농성자와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그것도 서울 도심의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날 대체 망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어떻게 발생했는지 여전히 우리는 알지 못한다.
죽은 이들의 시신은 사건이 일어난 날 저녁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곧바로 부검대에 올려 졌고, 망루 안으로 밀고 들어간 경찰특공대원들이 채증을 위해 촬영한 현장 동영상의 일부와 자그마치 3000쪽에 달하는 검찰의 수사 기록은 사라지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검찰이 법원의 명령을 어겨가면서까지 감춘 수사 기록은 전체 검찰 수사 기록의 1/3에 이르는 양이자,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초점을 맞춰 수사가 이루어지던 때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데 더 없이 중요한 자료들이다. 그 뿐이 아니다. 일 주일 뒤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 붙잡히자, 용산으로 쏠린 국민의 관심을 강호순에게 돌리도록 청와대가 일선 경찰을 통해 언론지침을 뿌린 사실까지 드러났다. 진실을 덮으려는 그 누군가의 노력은 영화에서보다 더 집요했다.
경찰 특공대원들의 눈으로 본 그날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