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자료사진)
권우성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연일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부정경선으로 시작됐던 파동이 이번에는 애국가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주의 원칙 문제에서 종북 논란으로 급기야 애국가 논쟁까지 문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아무튼 이번에 나는 이석기 의원 덕분에 애국가에 대한 오래된 의문 하나를 풀 수가 있었다. 그것은 애국가가 과연 우리나라의 국가(國歌)가 맞는지에 대하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졌던 의문이었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 중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종북주의에 물든 사람이 다 있다고 생각을 갖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 가졌던 애국가에 대한 의문 애국가에 대한 의문은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선물해준 '새국사사전'이라는 사전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 때는 한자로 써져 있어서 잘 몰랐는데, 책꽂이에서 옛 책을 찾아 확인해보니 이홍직 박사가 편저했고 일신각에서 출간된 사전이었다. 초등학생이 접할 수 있는 국사에 대한 내용은 빠지지 않고 설명이 되어 있는 이 국사 사전은 어린 시절 나의 보물이었다. 역사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것만 뒤지면 다 알 수 있었으니, 요즘으로 치면 네이버 지식인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전이었다.
치기 어린 애국심에 충만했던 초등학생 시절 언젠가 애국가에 관심이 생겨 이 사전을 들춰봤다. 그런데 모든 의문을 풀어주던 국사 사전이 이날만큼은 나에게 커다란 의문을 남겼다. 그것은 사전에 나오는 애국가에 대한 설명 중에 있는 한 단어 때문이었다.
"안익태 작곡, 작사자 미상. 16소절로 간결하고도 장중하며, 일제 침략기에는 스코틀랜드의 민요곡 올드랑 사인의 가락에 맞추어 불렀으나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 국가(國歌)에 대용, 현재에 이르렀다." 초등학생 때 나는 참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성격이었나 보다. 사전에 나오는 '국가(國歌)에 대용'이라는 말에 신경이 집중되었다. 대용이라니 그럼 국가(國歌)가 아니고 국가(國歌) 대신에 사용한다는 말인데, 우리나라에는 국가(國歌)가 없다는 말인가? 그럼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라는 말인가?
별 걸 다 궁금해 하는 초등학생이었으되 탐구정신은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선생님과 공부 잘하는 학생 몇몇에게 물어봤으나 답을 얻지 못하고 애국가에 대한 궁금증은 잊혀져 갔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2012년을 사는 오늘날의 사전들은 애국가를 우리나라 국가로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네이버 검색을 돌려봤다. 네이버 지식 사전에서 '국가(國歌)' 혹은 '애국가' 항목을 찾아봤더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 눈에 띈다.
"다만, 나라에서 국가로 제정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즉, 애국가라 할지라도 나라에서 국가로 준용하면 국가의 구실을 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로 제정된 곡은 없고, 다만 안익태(安益泰)가 작곡한 「애국가」가 국가로 준용되고 있다." 굳이 정리하자면 애국가가 대한민국의 국가(國歌)라는 성문법적 근거는 상당히 미약한 편이다. 이석기 의원의 발언을 비난하기 위하여 보수 언론에서 법적 근거로 2010년에 제정된 국민의례 규정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것은 애국가가 대한민국의 국가(國歌)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함량 미달일뿐더러 오히려 논리적으로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국민의례 규정으로 애국가가 공식 국가(國歌)임을 주장하는 것의 법적·논리적 문제점으로 3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법률 체계상 국회에서 만든 법률보다 하위의 개념인 규정을 근거로 한다는 것이 첫째요, 둘째로는 규정의 제정 시기가 2010년이라서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아 국가(國歌)로서 공식화 기간을 축소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마지막으로 규정의 내용상으로 국민의례의 절차로 애국가를 부르도록 한 것이 곧 대한민국의 국가(國歌)를 명문화했다고 보기에는 미약한 측면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정치 이념을 떠나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법적 근거는 관습 헌법 내지 관습법에 근거한 해석이다. 애국가는 성문법으로 국가(國歌)라고 규정되지는 않았으나, 역사적으로 국가(國歌)로 인식되어 왔고 정부 수립 이후 공식 행사에서 불러오면서 국가(國歌)라는 법적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외국의 국가(國歌) 중에서도 성문법적인 근거 없이 관습적으로 인정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자유 대한민국과 한참 거리가 멀었던 국기에 대한 맹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