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의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서초동 청사 13층 브리핑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 발생했다. MBC 'PD수첩'에 보도되면서 전모가 더욱 자세히 밝혀지게 된다. 2010년 6월 29일 'PD수첩'은 영화 <식코>의 패러디인 '쥐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2008년 당시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받은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의 이야기를 다뤘다.
파문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국무총리실이 민간인,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등을 전방위적으로 미행·사찰한 사실이 드러나고, 검찰이 이를 숨기려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게다가 이런 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몸통 논란은 점점 청와대로 집중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몸통은 놔둔 채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불법사찰과 관련 윗선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부터였다.
그러던 지난 3월 20일, 불법사찰과 관련 증거인멸과 관련이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에 맞서 자신이 증거인멸을 주도한 '몸통'이라고 호통을 치고 나섰다. 이때만 해도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로 웃어넘기며 많은 사람들은 설마설마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을 비롯해 관련자 몇명만을 처벌하는 데 그쳐 결과적으로 이 전 비서관이 몸통이 돼버렸다.
또 장진수 전 주무관과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의 폭로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돈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전달돼 가장 관심을 끌었던 관봉 5000만 원의 출처도 검찰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특히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회 각계각층을 사찰한 500건의 문건 중 고작 3건만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형사처벌함으로써 몸통은 고사하고 피해자들마저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이 또한 소극적으로 수사를 일관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수사 과정에서 사찰내용 비선 보고의 종착지를 대통령으로 지목한 문건과 관련자들의 진술이 적지 않게 나왔다. 대통령이 불법사찰과 뒷수습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그런데도 검찰이 대통령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대통령이 불법사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특검이나 국정조사에서 규명할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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