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치대어 빵 반죽을 만드는 모습을 시연 중이다.
슬로푸드문화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눈앞에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그고 있었으면 우리나라 주부들이 꼭 그렇게 물었을 것 같은 질문들이다. 요즘 유럽 주부들은 대부분 집에서 빵을 만들지 않고 사먹는다.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빵을 만드느니, 다 만들어진 빵을 돈을 주고 사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부들이 간장, 된장, 고추장을 집에서 담가 먹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산업화된 사회는 어떻게 해서든 인간의 시간을 빼앗으려고 한다. 잠시 여유 있게 앉아서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등장한 것이 바로 패스트푸드다. 심지어 차 안에서 음식을 사서 한 끼를 때울 수 있도록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까지 나왔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는 빵이나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어 먹을 겨를이 있겠는가.
하지만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것일수록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인 경우가 많다. 한국의 장은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우리 음식 문화의 정수이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조상으로부터 전해져온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음식은 내 몸 속으로 들어옴으로써 바깥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이 슬로푸드의 기본 생각이다. 음식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우주와 조상과 하나로 연결된다.
우리에게 맞는 슬로푸드 운동 찾기가 숙제곳곳의 부스에 'Sentinelle(상티넬)'이라는 단어를 써 붙여 놓은 것이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이 표지가 붙어있는 부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스도 있다. '보초', '초병'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프레지디아'를 프랑스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슬로푸드 프랑스 관계자가 설명해준다. 외국에서 들어온 단어를 자기 나라 말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