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슬로푸드 협회에서 세운 미식학대학(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 전경.
슬로푸드문화원
2004년에 세워진 이 대학은 3년제이고, 대학원 과정도 있다. 이름은 미식학대학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미식(美食)은 수업의 일부분일 뿐이고, 음식을 둘러싼 사회, 환경 이슈를 토론하고 배우는 수업도 많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데, 미국에서는 비만이 심각한 문제인 까닭은?' 등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대학의 주요 교육 과정 중의 하나는 바로 '견학'. 주로 일반인들이 가지 않는 시골의 장인들을 찾아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치즈나 와인 등 지역 특산 음식을 배우는데, 학년에 따라 이탈리아 국내 여행과 국외 견학을 두루 경험하며 살아있는 현장 음식을 공부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 미식학대학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살림' 생산지 등을 찾은 바 있다.
브라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한적한 교외 폴렌조(Pollenzo)에 위치한 대학 건물은 로마 시대에 왕의 별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이태리 사람들은 조상 덕으로 먹고 산다는 농담도 있지만, 건물을 비롯한 부지 전체가 그야말로 유적지나 다름없다. 캠퍼스 안뜰 잔디밭 한복판에는 로마 시대의 건물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건물 지하에는 2000평방미터에 달하는 와인 박물관인 Bank of Wine(Banca del Vino)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역사적인 와인 셀러(cellar, 포도주 저장소)인 이곳에는 와인으로 유명한 북부 피에몬테에서부터 남부 지방 끝까지 이태리 전역의 와인이 지역별로 보관, 전시되어 있다. 1인당 5유로를 내면 시음 와인 한 잔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따르는 가이드 투어도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