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거부선언을 알리는 포스터. 충정로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투명가방끈 모임 활동가들이 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정현
둠코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찾아간 곳은 충정로 어디쯤에 있는 5층짜리 빌딩 맨 꼭대기에 있는 사무실. 바로 '투명가방끈들'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이날 취재에 응한 '어쓰(별명·20)'님은 언론사에 취재요청서를 보내고 각종 연락을 담당하고 있었다. "처음 요청한 좌담회 형식이 아니라 미안하다"며, 늦은 점심으로 누군가가 사온 김밥과 만두를 권했다. 출출했지만 취재가 우선. 꾹 참고, '투명가방끈 모임'이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물었다.
"수능거부 기자회견, 거리행동은 몇 년 전부터 있었어요. 올해는 93년생들이 제안하고 조직을 해서 '투명가방끈 모임'을 꾸렸는데, 청소년 인권그룹에서 활동하던 친구들이 많고, SNS와 웹자보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참여한 경우도 있습니다."둠코씨에게 개인적으로 가해지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물어봤다면, 어쓰씨에게는 좀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투명가방끈 모임이 단순히 대학입시에 대한 '소극적 거부'가 아니라 '적극적인 요구 또는 요청으로서의 거부' 차원에서 구상하는 정책·요구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이다.
"내년 총선, 대선 때 올해 수능거부한 고3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되는데, 이 모임에서 교육과 입시 정책관련해서 정책제안을 해 보자는 활동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사무실은 원래 '진보교육연구소'나 '학벌없는사회'의 활동공간인데 여기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내놓은 것들도 있고요."투명가방끈 모임 소속 활동가들은 "우리가 대학을 그만둔 것은, 가지 않은 것은, 더 좋은 삶, 나중이 아닌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며, "대학을 거부한 것이지 배움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아가 '대학입시거부선언 8대 요구안'을 통해, 우리 교육이 "다양한 답을 인정하는 교육, 체험하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교육, 참여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교육예산 부족을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좋은 교육을 누리지 못하는 원인"으로 보았고, 교육예산 확대를 통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의 완전한 무상교육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궁극적으로 하는 고민은 '현실적으로 대학 가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먹고 사는 걱정 없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을 것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회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대학에 가지 않으면 사람 구실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더러 빚까지 내서 대학을 다니고 그 빚을 갚기 위해 허덕여야 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종의 청소년 당사자 운동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