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13일 오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야당,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선거 출정식을 열고 있다.
남소연
"제가 손학규 대표와 친하지만, 지난 1년간 불편했습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 참여당이 잘해보려고 했는데 일이 잘 안 돼, 솔직히 거시기합니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제 문자도 씹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다 모였습니다. 왜일까요? 누구 때문에? (청중 : 박원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3일 아침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솔직한 말로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화물경차를 개조해 만든 좁다란 유세차 '원순씨의 구석구석 정치카페'에 올라탄 그는 지난 1년여 시간동안 몇 번의 경선과정으로 뻑뻑해진 '관계'에 기름칠을 했습니다.
유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지난 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를 떠올린 사람도 있을 테고, 또 어떤 이는 6.2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를, 7.28 은평 재보궐선거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삐끗했던 관계자들은 대개 멋쩍게 웃더군요. 제가 다 봤습니다, 헤헤!
스타급 정치인과 운동가 총출연...무대는 작고 소박여하간,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선거운동 출정식'에는 유 대표가 언급한 정치인 말고도 한명숙 전 총리, 민주당 정동영, 정세균, 박영선, 박선숙 의원, 진보신당 김혜경 비대위원장, 심상정 전 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남윤인순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 등등 야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총출동했습니다. 말 그대로 '스타급' 정치인과 운동가들의 총출연이었지요.
이 정도의 출연진이라면 무대도 엄청나게 화려했겠지? 생각하셨다면 완전 오산입니다. 무대는 너무 작았고, 소박했습니다. 과격한 사람들이 보기엔 초라할 정도였지요. 시쳇말로, 야5당과 시민사회 전체가 힘 모아 만든 유세가 고작 이거야? 오랜 세월 당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보기엔 민망한 수준의 작은 무대였죠.
동네 시의원 선거를 해도 1톤 트럭 개조한 유세차, 빵빵한 앰프, 화려한 율동단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데, 박원순 후보는 천만 서울시민 상대로 한 서울시장 선거에 화물경차라니요. 아무래도 박원순 후보는 기존 정치의 공식을 파괴할 작정인 모양이다 생각됐습니다.
캠페인송도 샤방샤방, 율동단은 아예 만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시민 유세'는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는 '대화마당' 콘셉트라고 하니, 평소 우리가 보던 선거와 사뭇 다릅니다.
그래서, 박원순 선대본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누구 아이디어냐고. 말 대신 눈짓으로 연설 중인 박 후보를 가리켰습니다. 정말? 확인하고 싶었는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연설로 대신 설명해주더군요.
"여러분 서울시장 선거 유세차량, 이렇게 아담하고 작은 것 보셨나요? 이렇게 작을 거라고 예상이나 하셨어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박원순 후보의 철학이 담긴 유세차입니다. 이번 선거 기간, 선동하거나 남 비방 없이,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 하지 않고 오직 사람과 교감하는 선거운동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