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에게 "평소 생각을 실행해 옮긴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뛴 시민운동가 출신 서울시장에게 '협찬인생'이라 비난하는 게 한국 정치의 암울한 현실입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이런 망발은 정치개혁과 사회혁신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의 모든 NGO 활동가들에게 오물 바가지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NGO활동과 기부는 국회의원 배지 달고 호가호위 하면서 여대생 성추행 의혹을 받는 정치인이 함부로 폄훼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 원장도 이번 자신의 기부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것을 염려해 이런 글도 포함했더군요.
이것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뜻 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이런 안 원장의 기부를 '사회운동'으로 해석합니다. 김씨는 15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안철수의 1500억이 대선용이라 해도 상관없다"고 썼습니다. 그는 "이전 대선후보들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이며 새로운 시도"라고 진단했습니다.
과거에도 대선후보들 가운데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그쳤고, 안철수 원장처럼 조직적인 사회운동에 나선 인물은 없었다고 술회합니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할 때 재산 사회 환원을 약속한 바 있지만 대선이 끝날 때까지 그의 사회 환원은 '입'에서만 맴돌았"고, "정몽준 의원도 범현대가와 함께 5000억 원의 재산을 출연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족 차원에 그친 시혜적 기부였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 안 원장의 사회 환원은 조직운동이며 선행을 넘어 '기부문화' 확산으로 가자는 일종의 사회운동이라고 해석합니다. 만일 안 원장의 이번 사회운동이 성공한다면, 그의 가치는 생명력을 얻게 되고, 조중동이 윽박지르다시피 요구했던 '대선후보 안철수'의 철학과 비전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그의 이 같은 '작은 실천'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안철수 교수는 50%의 지지율을 가지고도 5%의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통큰 양보'를 했다"며 "이번에는 1500억 '사회 환원'이라는 '통 큰 기부'로 또다시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을 진정으로 감동시킨 일이 없다"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던 약속은 일가친척과 사위에게 재단의 감투나 만들어주는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조배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교수 정말 대단하십니다^^"며 "그것이 어떤 의도이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떠들썩하게 기부한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임대료보다 적은 장학금,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큰 절세효과를 가져온 꼼꼼한 재테크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