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야권연대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 마련된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선대위 상임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선거운동복을 입고 필승을 다짐하며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남윤인숙 혁신과통합 공동대표, 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 김혜경 진보신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명숙 전 총리, 손학규 대표, 박원순 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유성호
"다양한 정당과 계층이 함께 하는 것도 이 시대의 명령이자 부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세력과 진보세력, 때로는 분열과 갈등도 있었고, 작은 차이로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함께 뭉쳐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작은 차이를 넘어 크게 단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정치를 열 준비가 되셨습니까?"11일 선대위 발족식을 연 박원순 후보의 말입니다. 누가 대신 써준 글을 읽기보다 자기 얘기를 하고 싶다며 운을 뗀 인사말. 끝나기가 무섭게 박수갈채가 터졌습니다. 현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습니다. 한국의 민주진보를 대표하는 분들이 거의 다 모였더군요. '매머드급 군단'이었습니다. 고문과 자문역, 멘토단과 특보단, 공동선대위원장과 선대본부장단 등 총 113명이 첫 출격 신호탄을 쏴 올렸습니다.
단연 관심을 끄는 대목은 멘토단입니다. 일반 선거운동조직에선 좀체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성인데요. 모두 정치인이 아니더군요. 94만4261명의 팔로어를 가진 파워 트위터 작가 이외수씨를 비롯 <도가니>의 공지영 작가, '멘트의 달인' 신경민 전 MBC 앵커,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정말 내로라 할 인사들이 박 후보 등에 병풍을 딱 쳤습니다.
만일 이 분들이 본격 선거운동이 개시되는 13일부터 서울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토크쇼 형식으로 유세를 한다면, 시민 반응은 어떨까요? 자못 궁금하군요.
직함은 맡지 않고 실무만 한다?다음은 이번 선거를 총지휘하는 공동선대위원장 구성을 살펴볼까요? 와우, 무려 22명이나 되는군요.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름을 올린 선대위원장 구성은 처음 봤습니다. 그 정도로 이번 선거에 대한 민주진보진영의 관심과 사랑이 뜨거운 것이겠지요.
정당 관계자들의 참여를 살펴보지요. 민주당 손학규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진보신당 김혜경 비상대책위원장, 노회찬·심상정·조승수 전 대표,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이 정도면 정말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으로 민주진보가 힘 합쳐 제대로 '무지개 정치' 해보는 건가 생각했는데, 어? 아무리 봐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이름이 안 보여요!
아이쿠, 이렇게 중요한 자료에 오탈자가 제대로 걸렸구나 실무자를 탓할 뻔했습니다. 또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뒤늦게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고, 김종민 서울시당 위원장은 선대본부장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나중에 빠지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직함을 달고 오신 이수호 선생님은 "나는 전교조 지도위원, 민주노총 지도위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민주진보의 작은 잔치 같은 현장에 '진보의 아이돌' 이정희 대표가 빠지니 뭔가 좀 석연치 않았습니다. 마늘 빠진 생선 매운탕을 먹는 느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야5당 대표 중 유독 이정희 대표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이 대표와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 올 4·27 재보선에서 야권연대를 주창했고 적극 활동했던 주역인데 말입니다.
일단 민주노동당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공식 답변은 중앙당 차원에서 일체의 직함을 맡지 않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선거운동본부'(노동 쪽 선거캠페인 담당) 차원에서는 선거지원을 적극 펼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직함은 맞지 않고 실무만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김종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말입니다. 좀 복잡하므로, 잘 들어 주셔야 이해가 쉽습니다.
"민주노동당 중앙당과 서울시당은 공히 이번 선거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저와 서울시당은 '일하는 선본' 차원으로 결합하고, 제가 선본장을 맡되, 선본장을 맡으면 당연직으로 부여되는 선대본부장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노동 쪽 선거 캠페인을 맡지만, 그 외 달리 직함은 갖지 않는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왜 이렇게 복잡한 결정을 내리게 됐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답변입니다.
"음…. 정치적인 과정에서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