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첨가물과 마아가린이 들어가지 않은 우리밀로 만든 빵 판매 코너를 둘러보는 신성식 아이쿱 생협 대표.
권우성
매장 다른 한켠에 있는 빵도 마찬가지. 이곳 역시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에 대한 '시비걸기'다. 물론 밀가루 등은 철저히 우리밀을 쓰고, 각종 재료 역시 국산 유기농이다. 빵 값은 '파리바게트' 등과 별반 차이도 없다. 그는 "우리밀을 써가면서, 시중의 빵들과 비슷한 모양새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식빵 등 거의 모든 제품에서 기술이 쌓이면서 맛과 영양 뿐 아니라 상품성까지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 생협 제품들은 최근 물가 폭등때 더 관심을 끈다. 과거 배추 1포기 값이 1만원에 육박할때, 아이쿱 매장에선 예전처럼 1포기에 1500원씩 팔았다. 해당 농가와 이미 철저히 계약생산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장을 나와, 서울 홍대 앞 유기농 막걸리 집에 마주앉았다. 이야기는 계속됐다. 신 대표는 "우리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매일 접하고, 매겨지는 물건의 값어치와는 사뭇 다르다.
- 매장 제품들의 값이 그럼 어떻게 매겨지나요."값이 시장에서 결정되는게 아녜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죠."
- 생산과정에서 결정된다."(끄덕이며) 생협의 존재 이유죠.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값을 주면서도, 동시에 농민의 소득도 보장해야합니다. 일반적인 시장경제 시각을 보면 가능하겠냐 싶죠. 이해도 쉽지 않고…."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 소비자는 아무래도 좋은 제품을 값싸게 사려고 할것이고, 생산자는 좀더 많이 받으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죠."솔직히 농민과 소비자의 현실적 요구를 100% 수용하긴 어려워요. 가격 문제 등은 지금도 논쟁 중이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죠. 지금은 가격안정기금, 탄력가격제도 등 여러 방안이 시행 중이예요."
신 대표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제품 값만 수천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요즘처럼 시중 물가가 크게 올라도 생협 매장에선 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런 경제상황이 기회가 되고 있다. 혹시나 해서 물었다.
- 생협 매장에서 물건 값을 1%만 올려도 매출이 크게 오를텐데요."(웃으면서) 그럴수 있죠. 1000원짜리 물건을 1010원으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별로 못 느끼겠죠. 우리 작년 매출이 2600억원 정도니, (1%만 올려도) 26억원이 더 들어오겠죠."
그는 웃으면서 "나도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유혹이 없었겠느냐"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생협의 존재 이유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곤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협동조합 활동이 소비 뿐 아니라 생산이나 신용(금융) 등 많이 있지요. 하지만 그 바탕은 소비가 기본이예요. 친환경유기농산물처럼 식품안전과 농업보호라는 사익과 공익에서 서로 도움이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