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권우성
제3노총 탄생은 7월부터 전면 허용된 복수노조와 무관하지 않다. 한 개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 외에도 추가 노조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대 노총에서 큰 위협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 2주 사이 추가 신청한 노조 200여 곳 가운데 양대 노총 가입 노조는 10%도 안 된 반면 80%는 민주노총 계열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노조 부위원장 해고 등 회사 쪽에 반하는 노조는 철저히 탄압받고 있다.
- 결국 복수노조 허용이 친기업 어용 노조만 양산하는 거 아닌가."복수노조가 되면 57%는 노사 관계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친기업'이냐 '강성 노동운동'이냐 잣대는 과거 방식이다. 상생, 협력이 잘못된 것인가? 물론 회사가 적대적 노조도 포용해야 한다. 노조도 이제 경쟁시대다. 조합원이 진보적인데 과거처럼 이념 투쟁 집단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고 자주성 없는 사업자 아류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끼리 경쟁해서 2~3년 내에 합리적이고 민주적 조직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존 노동 운동계에서 어용 노조니 뭐니 하는 건 흑백 논리다."
- 복수노조 가운데 국민노총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있나. "우리 정책실장이 지금 노조 설립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10개 정도 작업했고 20개 정도 작업 중이다."
이달 초 국민노총은 공무원, 공공기관, 민간제조, 민간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70여 개 노조 5만 명 정도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를 비롯한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이 중심이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KT 등 대기업 노조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지금 지방공기업 33개 노조가 결의를 마쳤고 환경서비스용역 비정규직 노조, 전교조를 제외한 교원단체노조, 발전노조 등이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은 내부 정리가 되는 대로 합류하기로 했다. 7월 1일 복수노조가 시작됐지만 (기존 노조 선거라는) 큰 게임이 남아 있다. 그 게임에 도전해서 장악하기 전에는 따로 노조를 안 만들고 게임이 끝나면 조직 분가가 본격화될 것이다.""완장만 두른 '장님운동'... 투쟁만 하는 게 강성 아냐"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4월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지만 찬성표가 53%에 그치면서 잡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를 위해 노조 규약을 바꾸려면 투표자 2/3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탈퇴 무효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그럼에도 조합원 과반수가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했다는 건 최근 잇따른 노조 이탈로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노총에 큰 타격이었다.
20년 전 30대였던 서울지하철 8700명 조합원 평균 나이는 이제 50대로 접어들었다. 대부분 자녀들 대학 등록금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오랜 '투쟁'에 지친 조합원들의 시각도 있다.
"조직 내부의 변화고 실천이다. 민주노총 간부들 가운데 20년 전처럼 하는 사람도 많다. 이른바 '장님 운동'이다. 예전에는 간부 완장만 차면 다 됐다. 노동조합 권력을 차지하고 앉아서 조합 맛을 보면 현장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 시대 환경에 맞는가? 요즘 신규 채용자들은 다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고 효율성을 찾는다."- 평시면 몰라도 쌍용자동차 상황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이 예상되는 상황이 되면 조합원들도 '강성'을 택하지 않겠는가."강성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냐? 강성이 멋있게 투쟁하고 양보 안 해 조합원들 해고되고 근로조건 후퇴하게 만든 건 개인적 욕심 때문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어렵고 힘들 때 (협상에) 들어가 해결하는 게 진정한 강성이다. 투쟁만 하는 게 강성이라는 건 어처구니없다."
하지만 배일도 위원장이 있는 동안 서울지하철노조 노동 조건은 4조3교대에서 3조2교대로 나빠졌고 구조조정으로 1621명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KT 노조 역시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뒤 지난 2009년 12월 5922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속수무책이었다.
"KT가 속수무책이 아니고 민주노총보다도 협상을 잘 해 냈다. 민주노총 방식은 무조건 싸워놓고 보자는 식이라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당했다. 지금 KT노조는 협상 잘해서 조합원들과 공유해서 (명예퇴직을) 이끌어 낸 것이다. 지하철노조도 오히려 사회적 협약 맺어 구조조정을 막아냈다. 국민과 소통하는 힘이 파업보다도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제3노총 지도부는 정치 안 해... 후배들 위해 길 만들 것"